한수산씨,PC통신 하이텔 연재 "먼 그날같은 오후"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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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작가 韓水山씨가 PC통신「하이텔」에 연재했던 소설『먼 그날 같은 오늘』(도서출판 나남)이 책으로 나왔다.
3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를 하나의 장편으로 묶은『먼 그날…』은 주독자층인 젊은이들을 고려, 결코 만만치 않은 삶에 대한 통찰을 작가 특유의 촉촉한 감성과 감각적인 언어로 쉽게 풀어내는 한편 컴퓨터 매체의 밀실성을 염두에 두고 시종 대화체를 사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소설의 구성도 스토리 전개나 그 의미가 하나의 매듭을 갖고 있어 매회 에세이처럼 독립적으로 읽히면서도 세 작품의 내부적인 서사구조가 연관성을 가지면서 매끄러운 한편의 장편으로 읽힌다.
첫째 이야기인『겨울 안개는 깊지 않다』는 흰눈 같기도 하고 열병같기도 한 두 남녀 대학생의 사랑얘기다.몹시도 사랑했던 두남녀가 남자의 입대,시위로 인한 구속의 상황과 부딪치면서 헤어지는 단순한 스토리를 통해 사랑의 중요성이 선명 하게 부각된다. 둘째 이야기『밤기차』는 80년 필화사건을 겪은 작가가 망가진 몸과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결국 가톨릭에 귀의하면서 다시 세상과 화해하는 내면세계가 자세하게 그려진다.
셋째 이야기『사막에서 쓴 편지』는 리비아의 사막에서 아들에게띄우는 편지 형식을 띠고 있는데 땅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을 전한다.韓씨는 이 소설의 구성에 대해『삶의 기본요소인 땅.하늘,그리고 사랑의 문제를 각기 독립된 세개의 이야기에 담고있지만 이 이야기들은 내 삶의 돌출부분으로서 결국은 하나의 개인사로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韓씨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자신을 전기고문틀에 매달았던 80년대의 폭력에 대해『다 용서하고 싶습니다.그러나 이제 저는 겨우 잊었을 뿐입니다』라고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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