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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더 獨총리 "사민당수직 사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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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사진)총리가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슈뢰더 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사민당(SPD)의 당수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그는 "오는 3월 말에 열릴 특별전당대회에서 후임 당수직을 프란츠 뮌터페링 사무총장이 넘겨받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의원내각제인 독일에서 현직 총리가 집권당 당수직을 내놓은 사례는 1980년대 초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사민당)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당시 당내 지지기반을 잃었던 슈미트 총리는 당수직을 포기한 후 결국 불신임투표로 이어져 내각이 무너졌다. 디 벨트지 등 독일 언론들은 슈뢰더 총리의 이번 당수직 사퇴로 현 녹색당과의 연정이 조만간 깨질지 모른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진퇴양난의 슈뢰더 총리=슈뢰더 총리는 최근 사민당 당직자들에게서 거듭된 사퇴요구를 받아왔다. 지난 의회선거에서 38.5%를 기록했던 당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치인 28%대로 떨어진데다 당원들의 탈당 러시가 이어지면서 지지기반이 와해됐다.

당의 이념인 서민과 소외계층을 우선시하기보다 고비용.저효율의 각종 복지제도를 난도질하는데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특히 개혁정책인 '어젠다 2010'을 강행하면서 당내 좌파들의 강한 저항에 부닥쳐 왔다.

DPA통신은 "슈뢰더는 최근 내각의 전면 교체를 주장하는 당내외 인사들의 공세에 밀려 정권 붕괴를 막기 위한 배수진을 치기 위해 마지못해 당수직을 내놓게 됐다"고 풀이했다.

◆흔들리는 사민당 정권=올해는 슈뢰더 총리의 정치인생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의 해다. 29일 함부르크시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14차례의 주정부, 지방도시 및 유럽의회 선거가 치러진다.

지난해 남부 바이에른주 등 주요 선거에서 참패를 기록한 사민당은 슈뢰더의 당수직 포기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경우 정권을 내놓아야 할 기로에 서게 된다.

최근 야당의 차기 총리후보로 거명되는 기사당(CSU)의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지사가 사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을 상대로 추파를 던지고 있는 점은 1982년 10월 정권교체기와 비슷한 상황이다.

당시 연정에 참여했던 자민당(FDP)이 사민당의 인기가 곤두박질치자 구애의 손을 내민 기민당(CDU)으로 말을 갈아타면서 슈미트 정권은 무너졌다.

베를린 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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