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금값 … 뜨는 골드 마케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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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엄태혁(34)씨는 최근 친한 친구 아들 돌잔치 때 순금 반지를 선물했다. 금값이 많이 올라 3.75g짜리(한 돈쭝) 반지가 10만원 남짓했지만 무리해 선물할 만하다고 느꼈다. 그는 “금값이 오르자 금반지가 더 고급스러운 선물로 인식되는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나도 황금열쇠를 사 놨다”고 말했다.

순금이 각광받고 있다. 흔히 돌이나 회갑의 선물용으로 알려진 순금은 근래 재테크와 마케팅 수단으로 애용된다. 최근 2, 3년 새 금값이 무섭게 올랐기 때문이다. 29일 순금 3.75g의 도매가는 9만6140원. 2년 전에 비해 45% 올랐다. 황금이 들어간 제품은 고급스러운 느낌이 더해지고, 황금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가 손님을 잘 모은다.

◆순금 마케팅=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은 19일 1층 장신구 코너에 순금 제품 전문 매장 ‘골드러쉬’를 열었다. 5월 시범적으로 문화재 모양을 본뜬 순금 장신구를 판매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 매장을 정식으로 열었다. 백화점의 귀금속 담당 정중용 바이어는 “순금 액세서리는 장식용으로 쓰다가 팔면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손님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올 하반기에 문구 편집매장에서 23K 금으로 도금된 연필깎이·연필통 등을 선보였다. 10만원대 후반의 가격에도 판매량이 매달 30%씩 늘어난다. 백화점 측은 “금값이 오르면서 황금 도금 상품이 더 고급스럽게 느껴진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달 중순부터 황금 머그컵을 경품으로 내건 이벤트를 진행하는 던킨도너츠도 순금의 인기를 실감했다. 다음달 말까지 커피를 마신 고객 중 한 명을 추첨해 70g짜리 황금 컵을 준다고 공고하자 커피 매출이 10%가량 늘었다는 것. 순금 인기에 한국네슬레도 다음달부터 18g짜리 순금 원두 100여 개를 내걸고 경품 행사에 나선다.

◆금테크 열풍=투자 수단으로서도 금을 주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금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이 인기다.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 적립’은 이달에만 잔액이 1000억원 가까이 불었다. 이는 금값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올리는 상품으로, 최근 석 달 새 수익률이 13.58%에 달했다.

기은SG자산운용이 4월 출시한 ‘기은SG골드마이닝주식’ 펀드는 금 대신 금광 업체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 이 역시 최근 석 달 수익률이 20%에 육박하자 투자자가 몰렸다.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 관계자는 “금이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처라고 하지만 엄연히 가격 등락이 심한 상품”이라며 “금테크도 분산 투자의 틀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진·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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