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대학의 현실과 기업의 기대-저급인력국가경쟁력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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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금까지 한국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우리 국민의 높은 교육열이라 할 수 있다.이를 통해 지난 30년동안 풍부하고우수한 인력 공급이 가능했으며 이것이 한국경제의 경쟁력과 발전의 원천이 됐다.
세계 경제는 지역주의와 국경이 없어지고 우루과이라운드를 바탕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의 태동을 앞두고 있다.세계가 한시장이 되면서 각 국가는 국가 전체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기업들은 무한 경쟁시대 를 맞고 있다.
국가 경쟁력은 물론 기업의 경쟁력도 결국 사람에 달려 있으며경쟁력 강화에는 양질의 인력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은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의 수요자이자 소비자다.최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기업체에서 필요한 인력의 유형도 다양해지고 고급화되는 추세다.기업에선 과거와는 다른,변화하는 과학의 추 세에 적합한인재를 갈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은 대학 졸업 인력의 소비자로서 욕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예를 들어 정보통신.전자기계및 정밀화학등 부문에 있어서 전문인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형편이다.또한 대졸 신입사원을 보면 경제의 세계화에 따라 요 구되는 국제환경의 변화에 대한 인식,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적응능력,그리고 어학 등 국제화 감각과 관련된 기초능력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류만이 살아 남을 수 있는 냉혹한 경제현실에 대한 철저한 인식없이 대학이 앞으로도 계속 기업체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불량품에 가까운 인력을 공급하면 그 피해는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아니라 국가 전체로 돌아온다.
기업은 실력이 모자라고 자생력이 없는 인력을 다시 교육.훈련시켜야 하고,이는 곧 기업이 부담하는 비용증가로 연결돼 그만큼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대학이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수준 높은 인력을 공급하지 못하는데는 여러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에 비해 교수對 학생비율,시설등 연구환경에서 매우 뒤떨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의 자율경영 체제 미흡,영세한 국고삐지원,정 원 책정과 학과 신설등에 대한 과도한 행정규제,사립대학의 재정빈곤도 큰 문제다.
열악한 교육환경에 대해서는 먼저 대학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경쟁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대학을 운영할 수 있도록 변신해야 한다.차제에 대학이 기업의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기업은 경쟁력이 뒤떨어질 경우 발상을 전환,과감한투자나 경영혁신으로 난관을 헤쳐나간다.
또한 정부는 대학이 시장원리에 따라 경쟁할 수 있게끔 행정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정부는 기본적인 틀만 짜주고 대학이 시장원리의 관점에서 정원을 늘리고 마음대로 경쟁할 수 있도록 모든 대학 행정을 대학자율에 맡겨야 한다.
더 나아가 연구활동 강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체의 대폭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투자재원 문제는 정부예산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다각적인 확보방안을 찾아야 한다.예를 들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소비되는 엄청난 규모의 과외 비를 공식적재원으로 흡수.활용하는 방안이나 기여입학을 허용하는 방안,경제계의 지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물론 대학에 대한 연구비 지원은 연구결과와 경쟁원리에 입각해 차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확고한 의지를 갖고 대처하지 못한다면 경제계가 이를 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경제계가 정부로부터 필요한 자금을 빌려 교육분야에 집중투자하고 이를부담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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