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업회계의 명탐정 실리트 교수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기업 재무상태의 문제점을 찾아라.」사설 탐정 셜록 홈스식으로 기업 재무제표의 복잡한 숫자사이를 누비며 기업이 숨기고 싶어하는 곳을 찾아내는 한 기업분석가의 명성이 美國 금융가에서 자자하다면서 「비즈니스위크」최근호가 그를 소개했다 .주인공은 하워드 실리트 美아메리칸大 교수.부업으로 하는 「회계조사 분석센터」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가 지난해 회계 처리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39개 기업중 24개 기업의 주가가 평균 31%나 떨어져 그의 聲價를 높였다.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되도록 회사 내용을 좋게 포장해 내놓고 싶은게 기업인의 人之常情.반면 금융기관이나 증권투자자로서는 복잡한 숫자를 파악할 수 없어 문제가 있으려니 불만을 느끼면서도 그냥 넘어가기 일쑤다.따라서 셜록 홈스식의 기업 분석가의 활약을 계기로 기업의 회계처리가 어느정도까지 이루어져야 하며 외부감사인인 공인회계사의 역할에 대한 문제도 새삼 제기되고있다. 실리트의 聲價를 높인 분석 대상중 하나가 패스트 푸드 음식점 체인을 운영하는 체커즈社의 경우.
이 회사의 회장이 20대인 아들 2명을 부회장으로 각각 앉히자 실리트는 경영상 문제가 있다고 보고 기업분석에 나섰다.
지난 2월 실리트는 보고서를 발간해 이 기업이 건설중인 체인점을 마치 전액 받고 판 것처럼 장부에 올렸으며 매입주식을 유리한 회계처리 방식으로 평가,순익을 부풀렸다고 비판했다.공인회계사는 언급을 회피했으나 올 상반기 이 기업은 5 0만달러의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실리트의 보고서 이후 회사의 주가는57%나 급락했다.실리트의 탐정식 기업 분석으로 「피해」를 본또다른 사례는 대형 컴퓨터제조업체인 「켄달 스퀘어 리서치社」.
이 기업은 92년초 상장된 이후 1년만에 주가가 2배인 22달러로 올랐다.매출액이 90만4천달러에서 2천70만달러로 무려22배나 급증한 덕이다.
너무 성과가 좋다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한 투자회사가 실리트에게 기업내용을 살펴주도록 분석을 의뢰했다.실리트는 작년 9월켄달社가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매출액을 장부에 계상했다고 지적했다.뒤이어 켄달의 외부감사인은 회사가 92년 매출액을 2천70만달러에서 1천만달러로 하향조정하고 손실규모는 1천2백70만달러에서 2천1백60만달러로 상향수정했다.
결국 지난 4월 주가가 2달러선으로 하락한뒤 이 기업은 미국의 場外시장(NASDAQ)등록이 폐지됐다.물론 실리트가 문제점을 비판한 데 대해 당사자인 기업측은 『어디까지나 합법적인 회계처리』라고 주장한다.법의 범위안에서 융통성있게 회계처리한 데불과하다는 것이다.그러나 실리트는 『기업이 이익이나 매출액을 부풀리는 식의 공격적인 회계처리를 하면 실제 재무 상태를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고 반박하고있다.
실리트가 기업 회계 처리의 문제점을 지적한 근거는 비밀스런 정보가 아니다.어디까지나 기업이 공시한 공개자료를 근거로 숫자를 분석해 밝혀낸 것이다.따라서 실리트가 지적했다고 바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 놓치기 쉬운 정보 를 재검토,이익과 매출액을 부풀리려는 기업의 의도를 간파한 점에서 그의 분석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李商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