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칼럼>기술정치는 이제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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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길거리에는 갑자기 경찰관들이 부쩍 늘어났다.교통단속도 강화하고 거리질서도 단속한다.너무도 뜨거웠던 지난 여름을 지나느라 해이해진 국민들의 마음을 다잡아보려는 것일 게다.
그러나 경찰의 단속을 보는 시민들의 눈길이 별로 곱질 않다.
文民정부 초기만 해도 그런 단속을 벌일라치면『개혁작업 하는구나』하고 누구든지 대견하게 보아넘겼을 터인데,지금은 그런 단속을개혁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시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떤 이는 요즘 한창 물때 만난 保守的인 분위기를 타고 公權力의 자기강화 작업이 아닐까 의심한다.더 많은 시민들은 경찰이또 무얼 뜯으려는게 아니냐는 의혹의 눈으로 보는 것 같다.지난여름 휴가 다니면서 곳곳에서 아직도 여전히 변 하지 않은 금품요구를 많이 당했기 때문일 것이다.피서길에 마음이 풀어져 좀 過速한 차를 잡아놓고『날씨가 올핸 무척 덥지요』어쩌고 말을 건네던 교통경찰관들이 무엇을 요구하는 지를 다 겪어보았던 시민들이다. 추석을 앞둔 탓인지 요즘 와서 부쩍 웃돈을 은근히 요구하는 공무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말을 너무 자주 듣게 된다.文民정부가 가장 내세울 수 있는 것이 이른바 司正개혁,공무원의 부패척결인데 그것이 완전히 퇴색하고 있다는 느낌을 누구 나가 받고 있는 것 같다.개혁은 이제 완전히 물건너 가버린 것인가.
최근 문민정부는 順航하고 있는 경제를 은근히 자랑하고 있는 눈치다.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이 바로 개혁의 유보와 일치하고 있다는 것은 문민정부로서는 아픈 대목일 것이다.어쨌든 그들의 强辯처럼 금융실명제를 실시했기 때문에 경제가 잘 풀리는 것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문민정부의 개혁작업 유보는 결국 金泳三대통령의 개혁 의지 미흡 때문이 아니라 改革세력의 不在,改革비전의 不在 때문이다.개혁을 하고자 하나 추진하는 세력은 적고,개혁을 성취하고자 하나능력이 그것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남의 경륜 을 借用해 가지고는 진정한 개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최근에 이뤄진 民自黨의 당무위원 개편 작업이나 市.道지부장 교체에서 드러나는 것들은 현 지도층의 改革性이 어느 정도인지,개혁세력이랄 수 있는 層이 얼마나 엷은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것이었다고 할 것이다.개혁의지의 관철이나 지속 노력과는 전혀 상관 없는 舊時代 부패 인사들의 재등장은「非改革」을 넘어「反改革的」이기조차 하다.
문민정부가 진정코 부패와 부정에 대한 개혁,官僚주의에 대한 개혁,권위주의에 대한 개혁이 앞으로 국가발전의 기초적인 전제라고 판단한다면 설령 현재 그런 개혁작업이 잠정적으로 후퇴해 있더라도 앞으로 그것을 계속 추진할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과제다.현재의 개혁작업이 설령 과도적인 것으로 끝나고말더라도 그것이 새로운 세력에 의해 계승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各 黨이 不實지구당을 새로 정비하고 있고 조금 있으면내년에 실시할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들을 수천명 뽑아야 한다.아마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앞으로 우리 정치의 중심이 될 인물들을 배양하는 계기가 될 것이 틀림없다.이 輸血작업 이 잘돼야 앞으로의 지방행정이,그리고 앞으로의 정치가 제대로 될 것이다.훗날 金泳三 정부가 진정코 개혁적이었는 지를 평가받는 것은 바로 여기서 판정이 될 것이다.
***갈라먹기식 안돼야 이것이 각 계파의 갈라먹기식으로 결정된다면 큰 일이다.만약 이것이 앞으로의 대통령후보 경쟁을 둘러싼 세력확장 싸움에 휘말린다면 더 큰 일이다.개혁이니 국가경영능력이니 하는 것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나고 당내 지지세력의 大小,계파세 력의 强弱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舊式 黨權정치가 재생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당내 역학관계로 모든 것이 정해지고 모든 정치가 그것을 둘러싸고 이뤄졌던 黨內政治의「기술자」들이 다시 판을 치게 된다는 말이다. 이번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人選에서부터 그런「기술의 정치」가 통하지 않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너무 무리일까.아무튼 金泳三정부는 그들의 개혁 의지를 시험하는 마지막 고비에 직면한 것 같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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