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대학총장의 침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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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학총장이「용기있는 知性」을 대변하던 시대도 지난 모양이다.
표현의 자유가 넘치는 美國 대학총장들간에도 어느새 「침묵이 金」으로 통한다.
브라운 대학의 그레고리언 총장은「체스터필드卿의 지혜」를 귀감으로 삼는다.『지혜는 차고다니는 시계와 같다.누가 물어오기 전에 스스로 몇시라고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잭 펠터슨 캘리포니아大 총장은「총장들에게 언론자유가 없다」는逆說을 편다.개인자격으로 말해도 반드시 플러스 알파의「무게」가실리기 때문이다.매스컴의 주목을 받지 않을수록 유능한 총장이라는 自嘲도 따른다.
조지 루프 컬럼비아大총장은 「보이지 않는 사나이」로,스탠퍼드大의 캐스퍼총장은「미스터 냉담」으로 통한다.
대학총장이 시대적.국가적 이슈에 목청을 높인 시대가 있었다.
30년대초 시카고大의 로버트 허친스총장은「교육계에 가장 위험한인물」로 불렸다.학생들에게 知的인 정직성과 진리에 대한 사랑,명석한 사고력,도덕성등 항구적 가치를 길러주는 곳이 대학이라며그는「표현의 자유」확보에 집착했다.소위「대학의 자유」를 관철시킨 총장이다.
대학총장들의 오늘의 침묵은 「所信부족」이나「몸조심」때문만은 아니다. 오늘의 대학총장은 거대한「대학산업」의 경영자다.경영에매달려 바깥일에 신경쓸 겨를이 없다.비중있는 교수들일수록 연구할 시간을 빼앗긴다며 총장직을 사양해 총장 구하 기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 각 분야가 제도적으로 제 목소리를 내준다면 대학총장이 굳이「총대를 메야 할」일도 없어진다.
독일계 법학자인 스탠퍼드大 캐스퍼총장의「침묵의 辯」이 눈길을끈다.『사회적 문제에 대학총장은 어떤 지배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그는 경고한다.사회적 문제에는 항상 반대의견이따르고 총장발언의「무게」때문에 이「반대의 자유 」가 자칫 침해를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버드大의 보크 前총장은 사회가 당면한 중요문제들에 다양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대학의 임무라고 강조한다.해결방안간에우선순위는 매기되 특정방안을 우기는 일은 대학인에겐 禁忌라고 한다. 主思派 소용돌이에 휘말려있는 한국아카데미즘의 시계는 지금 몇시쯤일는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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