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낭패기>유럽 열차안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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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유럽은 국경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국가간 연결교통수단이많다.최근들어 유럽열차는 강도 또는 마약의 거래장소로 이용되고있기에 배낭여행객들은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특히 마약거래는독일.이탈리아.스페인.헝가리 등의 국경지대에 서 이뤄지고 있다. K씨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로마로 가기 위해 유레일패스가 적용되는 열차를 탔다.알뜰 배낭여행을 하는 젊은이들이 그렇듯 K씨 또한 열차를 숙소와 세면장으로 이용했다.보통 배낭여행자가 이용하는 콤파트는 여러 명이 한꺼번에 잘 수 있는 곳으로 약간은 비좁지만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배낭여행 시즌이 지나 열차는 한적했으며 K씨는 운좋게 콤파트를 혼자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탈리아 국경을 막 넘어섰을 때의 일이다.열차안이 웅성거리더니 2명의 경찰이 K씨가 있는 콤파트의 문을 두드리며 열라고 소리쳤다.강도때문에 문을 단단히 잠그고 있던 K씨는 영문도 모른 채 문틈으로 여권만 제시했다.
그러나 경찰은 막무가내로 문을 열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하는 수 없이 문을 열었더니 경찰은 다짜고짜 배낭속의 물건을 꺼내라고 했다.
순간 어리둥절한 K씨는 계속되는 경찰의 강압적인 요구에 하나씩 천천히 물건을 꺼냈다.옷가지며 몇개의 컵라면.세면도구.필름.책자등을 꺼냈을 때 경찰은 K씨가 서울에서 챙겨넣은 분말 소화제통을 보고 수상한 눈빛으로 『이 통이 무엇이냐 』고 이탈리아어로 묻는 것이었다.말이 통하지 않는 K씨는 영어로 『소화제』라고 설명을 했지만 그들은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소화제통을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몇분이 지난후 경찰 몇명이 돌아와 다시 추궁하기 시작했다.K씨는 계속해서 『소화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경찰은 소화제의 맛을 보려고 입속에 가루를 털어넣었다.순간 경찰은 인상을 찌푸리며 뱉더니 『위스키 소다』라고 외치며 입속을 계 속 닦아냈다. 잠시 무어라 말을 주고받더니 그들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여권과 문제의 소화제통을 돌려주었다.
K씨는 그후 여행중에 만난 배낭객들을 통해 유럽열차가 전세계적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는 마약 거래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경찰의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金延貞 〈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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