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스포츠>KO시키고도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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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복싱에서 상대방을 녹다운시키고도 중립코너로 가지 않아 결국 판정패로 지고만 해프닝이 있었다.
1927년9월10일 미국 시카고 솔저필드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진 터니와 도전자 잭 뎀프시간의 세계헤비급타이틀전에서 일어난 일이다. 뎀프시의 입장에서 보면 1년전 필라델피아의 대전에서 판정으로 챔피언 벨트를 빼앗긴뒤 벼르고 별러온 복수전이었다.
이날 솔저필드구장에는 10만4천9백43명의 관중이 누가 진정세계최강의 주먹인지 보기 위해 입추의 여지 없이 몰려들었다.입장료 총액만도 당시에는 천문학적 숫자인 2백65만8천6백60달러. 터니는 초반라운드에 착실히 점수를 따나갔지만 복수의 칼날을 갈아온 뎀프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뎀프시가 7라운드에 날린 2차례의 훅이 터니의 턱을 강타했다.터니는 그로기 상태가 됐고 스트레이트를 몇 차례 더 얻어맞고는 무릎을 꿇었다.
뎀프시는 경기가 끝났다고 생각했다.가까운 코너로 돌아가 로프에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터니는 안간힘을 쓰면서 일어나려 했지만 쉽지가 않았다.그러나 주심은 뎀프시가 중립코너로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카운트에 들어가지 않았다.
주심은 중립코너로 돌아가기를 거부하는 뎀프시를 억지로 끌고간뒤 카운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터니가 넘어진지 이미 4초나흐르고 있었다.
터니가 가까스로 카운트 나인에 의식을 차리고 일어나 경기는 속개됐다.멧돼지처럼 밀어붙이는 뎀프시를 피하면서 맞받아 친 스트레이트로 오히려 다운을 빼앗았다.결국 10회 판정승을 거두었다. 복싱팬들 사이에는 뎀프시가 주심 말대로 순순히 중립코너로갔다면 과연「카운트 텐」안에 일어날 수 있었을지 아직도 논란이계속되고있다.
〈閔國泓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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