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LG.삼성戰-투수 견제구가 흐름바꾼 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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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투수는 공을 잘던지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투수는 그 위치상 수비능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자리여서 「제5의 내야수」로까지 불린다.투수의 수비능력중에는 물론 주자에 대한 견제능력도 포함된다.
2일 잠실에서 벌어진 LG-삼성 경기에서는 투수의 결정적인 견제구 하나가 경기의 흐름을 뒤바꿨다.
LG 선발은 다승공동 2위를 달리고 있는 李尙勳.
이 경기만 잡으면 李는 16승으로 다승공동선두에 뛰어 오르며다승왕 타이틀에 바짝 다가서게 된다.
전날 광주에서 선두인 趙啓顯(해태)이,그리고 韓容悳(한화)도지난달 30일 쌍방울과의 경기에서 각각 패했기 때문이다.
1회초 李는 삼성의 선두타자 申東宙를 3구 삼진으로 잡아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이에 자신감을 얻은듯 2번 鄭京勳에게도 공격적인 투구를 하다 좌월솔로홈런을 허용,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이후 李는 회를 거듭할수록 투구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16승문턱에서 주춤거렸다.
이날 승부의 분수령이 된것은 5회초.
LG는 4회말 1-1동점을 만드는데 성공,李가 되살아나려는 시점이었다.
李는 두명의 삼성타자를 손쉽게 처리한후 세번째타자 정경훈에게포볼을 허용했다.
2사후 발빠른주자,그리고 타순이 3번인 점을 감안하면 상대투수는 당연히 도루에 대비하는 시점.
이때 1루주자의 리드가 긴 점을 간파한 이상훈은 기습적인 견제구를 던져 1루주자 정경훈을 그대로 아웃시키고 5회를 무사히마무리했다.
위기 뒤엔 찬스가 오는법.LG타선은 5회말 1점을 더 보태 2-1로 전세를 뒤집는데 성공했다.힘을 얻은 이상훈은 갈수록 구위를 회복,초반 최고 시속 1백41㎞의 공이 7회에는 1백43㎞까지 가는 쾌투를 보였다.
5회까지 89개의 비교적 많은 투구수를 보이던 李의 페이스를감안한다면 정경훈의 견제사는 이상훈을 강판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찬스를 허무하게 무산시킨 것이었다.
〈朴炅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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