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지하철 테러 출근길 40여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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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6일 달리던 지하철 전동차가 폭발, 40여명이 사망하고 1백20여명이 부상했다. 이번 사고는 승객들이 붐비는 아침 출근시간에 일어나 희생자가 특히 많았다. 아직 한국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상자 중엔 중상을 당한 사람이 많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사고 발생=이날 사고는 오전 8시30분쯤 모스크바 남동쪽과 북서쪽을 연결하는 '자모스크바레츠카야'노선을 운행하던 전동차가 아프토자보드스카야역을 벗어나 도심 방향인 파벨레츠카야역으로 3백m가량 진행하던 도중 둘째 객차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발생했다.

폭발은 둘째 객차 전체가 완전히 파괴될 정도로 강력했다. 이 객차 안에서는 좌석에 나란히 앉아 심하게 그을린 채 숨진 시신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폭발에 이어 전동차에는 화재가 발생, 지하터널 안은 화염과 연기에 휩싸였다. 객차에서 나와 밖으로 대피하려는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일대 혼란이 빚어졌다.

경찰과 연방보안국(FSB) 등 관계 당국은 자폭 테러범이 객차 내에서 폭발장치를 터뜨리면서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FSB는 민간용 폭발물을 운반하던 승객의 부주의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전했다.

비상대책부는 사고 현장에 구급차 50여대와 구조대를 급파, 부상자들을 후송하는 한편 승객들을 지하터널에서 대피시켰다. 사고 직후 모스크바 시내 지하철 전역에는 경찰력이 추가 배치되는 등 비상 경계태세가 취해졌다.

◆원인 및 배경=경찰은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이 체첸 분리주의자와 관련된 테러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사건 용의자로 체첸지역 출신으로 보이는 30대 남자와 여성 2명 등 3명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30~35세가량의 이 남자는 사고가 난 아프토자보드스카야역 역무원에게 다가와 "곧 축제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첸 무장반군 지도자의 한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에서는 연방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체첸 무장세력들이 모스크바와 남부 카프카스 체첸 공화국 인근 도시를 중심으로 각종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도 크렘린 궁에서 가까운 모스크바 시내 최고 중심가에 위치한 호텔 인근에서 체첸 자살 테러범의 자폭테러가 발생, 6명이 사망했다.

모스크바=유철종 특파원

<사진 설명 전문>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난 6일 구조요원들이 완전히 파괴된 전동차 잔해를 헤치며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모스크바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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