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값인하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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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자동차 가격인하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업계가 줄다리기를 벌이고있다.
정부는 물가안정 차원에서 자동차업계의 가격인하를 집요하게 유도하고 있고 업계는 『업계의 현실을 도외시한 무리한 처사』라며반발하고있다.
자동차업계는 인건비.원자재값 상승등을 감안 할때 오히려 차가격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정부가 指數물가의 안정을 위해 계속 가격인하를 종용할지,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한발짝 물러설지주목되고 있다.
◇자동차업계=지난해 현대자동차는 7조1천8백10억원의 매출에5백82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매출액대비 당기 순익률이 0.8%라는 부진한 경영실적을 올렸던 것이다.
기아자동차도 4조1천1백28억원 매출에 순익은 1백86억원에그쳤고 대우자동차는 2조1천5백94억원 매출에 8백46억원의 적자를 냈다.현대와 기아는 최근 3년간 순익이 이 수준에서 맴돌고 있고 대우는 누적적자가 2천억원을 넘고있다 .겉만 화려한속빈 강정이다.
자동차업체들의 경영상태가 이처럼 악화된데는 지난 5년간 자동차가격이 동결된 상태에서 무이자 할부판매등 무리한 출혈경쟁을 벌인데도 원인이 있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물가안정을 위해 기업이 가격을 내릴 요인이 있으면 당연히 동참해야 한다』고 전제,『그러나 자동차가격을 1%만 내려도 7백억원의 매출차질을 가져오며 이는 지난해 회사순익보다 많은 액수이기 때문에 자동차가격 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아 관계자는『지난 5년간 자동차업계는 자체 원가절감 노력으로 차가격을 올리지 않으면서 정부의 물가안정시책에 적극 동참했다고 생각한다』며『그러나 임금.원자재.부품가격인상등 원가부담이가중돼 이제는 차가격을 오히려 올려야 될 형편』 이라고 말했다. ◇정부시각=자동차업계가 최근 수출.내수활황으로 풀가동하는등경영상태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家電제품처럼 가격을 내려 물가안정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부처별로는 조금씩 강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상공자원부의 고위관계자는『최근 자동차3社 사장들을 만난 자리에서 가격인하를 요청했으나 업계의 어려움을 듣고 무리하게 내리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비해 경제기획원 관계자는『올해 물가안정에 기업의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자동차업계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원가절감요인을 찾기에 따라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李杞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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