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의 국가 전략은…"먹고사는 문제 풀 실용적 국정운영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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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전경련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차기 정부 국가전략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최승식 기자]

29일 동아시아연구원(EAI)의 '차기정부 국가전략' 세미나에선 이번 대선에서 국가 과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EAI 이사장.중앙일보 고문)는 환영사에서 "대선을 앞두고 어지러운 이전투구만 벌어지고 차기 정부가 당면한 국가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없어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다음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이 집권 자체에만 혈안이 돼 있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이다.

그렇다면 2007년 대선을 관통하는 시대 정신은 무엇일까. 참여정부 5년을 경험한 국민은 다음 정부에 무엇을 요구하고 있을까.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차기 정부의 과제는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로 집약된다. 이념 논쟁을 뛰어넘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실질적인 통치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치실험보다 통치 능력을"=세미나에서 장훈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쟁국가' 개념을 제시하며 차기 정부가 실용적인 능력을 갖춰야 함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번 대선은 참여민주주의로부터 통치 능력을 중시하는 일하는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지향점을 20세기형 발전국가에서 21세기형 경쟁국가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에 따르면 21세기형 경쟁국가란 ▶효율성.개방성.경쟁성의 원칙에 따라 ▶기업.노동.시민사회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촉매 역할을 하고 ▶사회와 정치질서를 유도하는 국가를 뜻한다.

장 교수는 "2007년 대선은 경쟁국가를 향한 한국 정치의 항로를 좌우하는 중대 선거가 될 것"이라며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낭만적인 정치실험보다 실용적인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 줄 때"라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유권자들이 민주주의라는 추상적 가치보다 먹고사는 일을 해결해 줄 실질적 통치 능력을 차기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장 교수는 "경제 침체에 시달리면서 유권자들이 정치의 무능력을 탓하기 시작했다"며 "국민은 우리 정치가 운영 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방향타를 잡기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통치 개혁을"=차기 정부에 대한 정치 개혁 요구도 쏟아졌다. 숭실대 정외과 강원택 교수는 차기 정부 5년을 민주화 20년이 마무리된 정치개혁 2기로 규정하고 ▶개헌 ▶정당개혁 ▶국회개혁 ▶정치참여 확대 등을 과제로 제안했다.

강 교수는 "민주화 시대의 정치 개혁은 과거를 바로잡기 위한 소극적인 처방이었다"며 "정치개혁 2기를 맞이하는 차기 정부에선 더 적극적인 통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 교수가 제안한 통치 개혁의 주요 내용.

▶개헌="안정적인 통치의 틀을 마련하고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대표성을 확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정당개혁="정치인 팬클럽 중심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정당 기능이 약화됐다. 정책 정당 중심의 정치 풍토를 구축해야 한다."

▶국회개혁="정치적 견제에서 정책적 견제로, 의사당 점령 등으로 다수결 원칙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정치참여="선거법 완화로 정치적 표현과 정치 참여 확대해야 한다.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강현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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