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정공법 아쉬운 물가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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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물가와 교육만큼 모든 사람이 「전문가」인 정책과제도 드물다.
그만큼 정책을 풀어나가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지만,동시에 이 비위 저 구미 맞추려다 문제의 본질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잘못된 처방으로 문제를 더욱 그르치기 쉽다는 이야기도 된다.
8월말까지 벌써 올해 억제선인 6%에 이른 물가상승률을 붙들고 잔뜩 경직돼있는 요즘의 경제기획원을 보며 드는 생각은『문제가 어려울수록 힘을 빼고 원론에 충실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적 변수에 적잖이 좌우되는 물가는 「얼마나 올랐느냐」하는결과치가 우선 관심거리긴 하지만 거기에 못지않게 「무엇 때문에올랐느냐」는 점을 따져보는 일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8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분 가운데 91.2%는 채소와 과일류가끌어올린 것이다.말할 것도 없이 폭염 탓이다.
요즘 같은 개방시대엔 물량이 달려 값이 오르는 품목이 생기면수입을 늘려 대응하면 된다.그러나 최근 물가상승을 주도한 과채류는 안타깝게도 수입도 불가능한 것들이다.
문제는 이런 물가를 놓고 일반 여론이나 물가 당국 모두 6%라는 숫자에 크게 사로잡혀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당국이 나서서 민간업계를 대상으로 물건 값을 올리지 못하게 하거나 심지어 내리도록 종용하기도 한다.하지만 그런 식으로물가가 잡힌다면 물가문제는 고민할 거리도 되지 못한다.
물가문제의 해법은 역시 당장의 편법보다는 正道밖에 없다.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행정규제,제도와 관행이 허용하는 각종 進入장벽과 같은 경쟁제한적 요소가 다 물가의 敵이다.
이런 장벽들을 꾸준히 걷어내 경쟁촉진에 힘쓰는 한편 어차피 열린 수입의 門도 물가안정을 위해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더위가가져온 高물가를 더위가 다 간 뒤에 다른데 가서 잡으려다가는 가격 구조만 더욱 뒤틀릴 뿐이다.
〈沈相福 경제 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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