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상>규제와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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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런 일을 하다보니 그래도 「경제」돌아가는 얘기는 좀 알지않겠나 싶어선지 이런저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아는 대로 답해주는 것도 있지만 얕은 지식에 통찰력 부족으로 개중에는 영 곤혹스러운 것,오히려 거꾸로 묻고 싶은 질문도 적잖 다.『요즘 경제정책,원칙이 뭡니까』라는,요즘 부쩍 흔해진 질문을 받을때 느끼는 기분도 바로 그런 것이다.
현 정부 출범이후 국가경쟁력이 워낙 강조돼 이것이 뿌리고,경쟁원리의 도입을 통한 경제의 효율성제고가 큰 줄기라고 생각했었다.특히 석달전에는 상공차관이 경제부처 정책토론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국내 산업정책에 발상의 전환이 있 어야 한다』며 『보호정책은 마약을 주는것과 같다』고 일갈한 바도 있어 역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선 進入규제라는 보호막부터 걷어내야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은 분명하구나 생각했다.그래서 기업들이 『규제완화가 피부에 와닿질 않는다』『신규사 업에 투자를 하려해도 일이 진행되질 않는다』고 불평을 털어놔도 원칙이 있는 바에야 곧 풀리겠지 여겼다.그러나 역시 통찰력이 부족했다.
최근 상공장관이 『항공산업처럼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기술축적이 필요하거나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업종에 대해서는여전히 한시적으로 정부의 지원과 보호가 필요하다』며 『신규진출을 막는 것도 일종의 보호조치』라고 산업정책의 방향을 밝히고 나선 걸 보면 말이다.불과 석달만에 「보호」조치는 마약에서 보약으로 바뀌었다.
차관이 말했던 「발상의 전환」이 이런 것인줄도 몰랐던 무지함이라니.보호대상도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업종」을 포괄한다. 그 크기를 어떻게 잴 요량인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이같은표현이 정부가 全方位에 걸쳐 영향력을 갖고 싶을때 항용 쓰여져왔다는 것을,「限時的」이란 토를 달았지만 그동안 이런 토를 달고 나왔던 조치들이 어찌 됐는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진입장벽이 유지되는 한 경쟁정책은 무의미하다.내부 경쟁도 못견디면서 어떻게 개방이다,국제화다 하는 外風을 헤쳐나가려는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규제완화와 민간 자율성 제고를 앞장세우면서 내심 제 밥그릇을더 중히 여기는 것은 아닌지.公共性이다,시장실패의 우려다,경제력집중의 폐해다 하는 規制불가피 논리들도 실은 이를 가리기 위한 방편은 아닌지 정말 진지하게 自問들 해봤으면 싶다.
〈本紙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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