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현상.녹음기술향상 시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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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그 섬에 가고 싶다』가 지난달 초 열린 로카르노영화제에서 현상.녹음상의 문제로 시사회가 중단된 사태를 계기로 현상.녹음을 맡았던 영진공의 기술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그간 국산영화의 9 0%이상을 현상.녹음 해온 영진공이 기술수준의 낙후를 지적받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그런데도 기술향상을 이룰 수 없었던 것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려는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입막음만 해온 탓이다.영진공은 영화진 흥이란 이유로 실비에도 못미치는 요금을 받아오면서 안으로는 예산을 축냈고 밖으로는 민간현상소가 기틀을 내릴 토양을 침식했다.
그동안 세방.광해.제일현상소와 한양녹음실등이 민간업자로서 명맥을 유지해왔지만 영진공의 저가정책에 경쟁이 되지 않아 갈수록수지가 악화됐고 현재 세방현상소 한 곳만 제외하면 개점휴업상태다. 영진공 李在雄 기술사업부장은 『현재 프린트현상료는 1자에50원을 받고 있는데 수지를 맞추고 기술개발을 위해서 그 3배는 받아야 한다』며 『낮은 요금때문에 영화들이 영진공으로 몰리고 작업을 서두르기 때문에 졸속 현상녹음이 될 위험 성이 도사리고 있으며,민간업자들과의 건전한 경쟁을 통한 기술개발이 어려운 처지』라고 말한다.영진공이 요금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공익사업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바로 그런이유가 아이로니컬하게도 영화현상과 녹음의 질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요금을 현실화할 수도 없는 처지다.그간 수차례 요금현실화를 시도했으나 영화인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영화 기술자들은 영화 한편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지원하는것에 비하면 제작기술부문에 투자되는 부문이 너무 인색하다고 주장한다. 영화기술인들은 지원효과가 의문시되는 영화에 지원하는 것보다 한 편에 돌아갈 지원금만이라도 현상 녹음부문에 투자하면기술향상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진공 자체로 보면 기술부문의 예산을 늘릴 여력이 없다.한해 예산 2백억원중 종합촬영소 신축에 절반이 들고 각종 외부지원금에 나머지 예산의 30%를 쓰고 나면 운용예산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진공은 소프트부문과 하드부문를 갈라,하드부문은 종합촬영소와 합쳐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할 것을 계획 중이다.하드웨어를 전담하는 회사를 세워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해 예산확보,인력양성과 기술향상을 기하자는 것.
〈李揆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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