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이탈리아축구다>1.수요일은축구의날 국민 열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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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바조는 흐물거려.역시 마사로가 최고야.네덜란드는 실수했어.
베르흐캄프 보다는 역시 굴리트,반바스텐(밀란)이지.』밀라노시내의 택시기사들에게 말을 걸려면 축구이야기,그것도 AC밀란클럽을물으면 그만이다.그러면 택시기사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이탈리아어로 손님이 내릴때까지 그칠줄 모르고 떠들어댄다.
50년대말「네오리얼리즘」의 기치를 내걸고 세계영화를 주름잡은이탈리아.이곳의 골수 영화팬들은 수요일을 좋아한다.이탈리아에서는 수요일이면 1만리라(약5천원)하는 영화를 7천리라에 볼 수있다.그러나 수요일도 영화관은 그다지 붐비지 않는다.이유는 간단하다.수요일에는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열광하는 축구,코파 델라코파컵(이탈리아컵)이나 유럽컵(UEFA CUP)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다.
일요일 오후 파바로티의 오페라를 상영하는 TV채널도 프로축구의 경기내용을 자막처리하지 않는다면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없다.골이 터지면 골상황을 설명해줘야 한다.
밀라노시내에서 시민들이 즐겨찾는 바(미니 카페테리아)를 경영하는 에르네스트씨(42)의 가장 즐거운 낙은 손님들과 축구얘기를 하는 것이다.『선수들은 잘했는데 사키감독이 문제야.카펠로(AC밀란)가 맡았어야 하는데…』 그의 표현대로 이탈리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축구다.
세계최고의 프로축구리그를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독일의 분데스리가,스페인프로축구와 함께 세계 3대프로축구리그로 손꼽히지만그 열기나 규모면에서 단연 최고다.로마의 풍부한 문화유적,단테의 이탈리아문학,세계최고의 디자인,건축등 수많은 자랑거리를 보유하고 있지만 축구의 열기를 따를 수 없다.정규리그는 9월5일(이듬해 5월말까지)개막하지만 비시즌일지라도『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콜리에르 델로 스포르트』『투토 스포르트』등 3대 스포츠신문의 대부분은 축구기사로 채워진다 .A리그,B리그는 물론이고C리그까지 자세히 소개된다.
94미국월드컵 기간중에는 나라전체가 온통 축구이야기로 가득찼다.특히 나이지리아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8강에 오르자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는등 이탈리아전체가 축제분위기로 떠나갈 듯했다.무엇이 이탈리아인들로 하여금 이토록 축구에 미치도록 만들었을까.
『로마제정이후 수많은 외침에 시달렸던 이탈리아가 무솔리니 치하에서 축구에 매몰돼 세계정상에 오른 역사적 광기때문이 아닐까요.』 유력일간지 G신문의 한 체육기자의 답변은 충분한 설득력을 담고 있었다.
[밀라노=辛聖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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