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금융 따로 논다 통화공급 해마다 특정시기에 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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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사람으로 치면「인체」라 할 실물경제와「혈액」이라 할 금융이 따로 따로 노는 현상이 해가 계속 바뀌어도 전혀 고쳐지지 않고있다. 경제가 날로 고도화되면서 산업생산에 계절적 구분이나 성수기.비수기의 구분이 희미해지고 있는데 통화공급은 예나 지금이나 연중 특정시기,특히 하반기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0년 이후 연도별 국민총생산(GNP)을 상.하반기로 나누어 비교해 보면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훨씬 왕성한 생산구조가 조금씩 무너지고 계절구분 없이 생산활동이 이루어지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그림 참조〉 그러나 매해의 연간 총통화()공급량을 상.하반기별로 나누어보면 대체로 상반기 대 하반기의 비율이 1대2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상반기 비율이 전체의 32.
8%로 작년의 36.2%보다 크게 낮아져 자금의「上貧下富」현상이 고쳐지기는 커녕 더욱 심화되게 생겼다.
이는「前年同期 대비 증가율」을 중점적으로 보는 통화관리방식이드러낸 한계로 지적된지 오래다.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인 지난해 9월 한달간만 3조8천억원의 돈이 공급되는등 지난해 하반기 통화수위가 갑자기 높아졌으나 올해 하반기도 여전히 돌발변수로 높아진 지난해 하반기 통화량을 토대로 관리목표를 정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최근 정부는 하반기의 자금사정을 걱정하는 업계에 대해『하반기에는 상반기의 2배에 해당하는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통화의 안정공급이 아니라 불균형공급인 셈이다.
〈李在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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