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티유오페라 단원 동조파업 예고-정명훈사태 一波萬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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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파리=高大勳특파원] 「오페라 바스티유 사태」는 바스티유측이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계속 鄭明勳감독의 업무복귀를 저지하고있는 가운데 바스티유 단원들이 鄭감독을 위한 동조파업에 돌입할것이 확실해짐에 따라 새로운 상황으로 접어들 고 있다.오페라 바스티유측에 대한 강제집행은 할 수 없다는 법원결정으로 난처한입장에 빠진 鄭감독은 이제 노조파업등 여론에 호소,바스티유측을굴복시키는 방법밖에는 없게 됐다.
鄭감독과 바스티유측이 체결한 92년말의 계약은 유효하다는 지난달 29일의 판결이 나오면서 처음 상황은 鄭감독에게 유리하게돌아갔다.그러나 31일 강제집행은 불가능하다는 법원결정으로 갑자기 상황은 바스티유측에 유리하게 반전되어 버렸 다.파리 긴급재판부의 프랑수아즈 라모프 판사는 31일 바스티유측의 출근저지에 대해 판결이행을 촉구하는 鄭감독에게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집행은 할 수 없다』고 밝혀 법에 의존한 근무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나폴레옹법전을 준용하고 있는 프랑스의 법체계상 공공기관은 국가와 동일한 것으로 인정돼 판결결과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공권력을 동원한 강제집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국가에 대해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가를 상대로 판결 주문을 이행하지 않는데 대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인데 국가의 죄가 인정될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그러나 이 방법은 鄭감독의 경우 승소가능성도 희박할 뿐 아니라 설사 제소한다해도 판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려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스티유측이 제기한 계약유효소송 항소심과 계약의 적법성을 심판하는 별도의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똑같은 조항이 적용돼 법에의존한 鄭감독의 투쟁은 한계에 부닥치게 됐다.
鄭감독의 모니크 펠르티에 변호사도 『현재로선 법으로 鄭감독을업무복귀시킬 방도가 없는 상태』라며 『앞으로의 재판에 잇따라 승소하여 명분을 축적하는 한편 파업등으로 바스티유측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시키는 것이 유일한 전략이 될 수 있 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바스티유 노조가 이날 파업예고통지서를 내고 5일부터 파업에 돌입키로 한 것은 鄭감독의 투쟁에 결정적인 힘이 되고 있다.
아직 찬반투표가 남아있지만 鄭감독에게 호의적인 노조원들의 태도로 미루어 파업돌입은 별 어려움없이 추진되고 19일로 예정된94년가을 시즌개막 공연은 당장부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르네 베네데티 노조위원은『오케스트라 1백42명,합창단 1백여명중 80%정도가 파업을 지지하겠지만 오페라의 성격상 단 10명만 빠져도 공연은 불가능해진다』며 鄭감독의 복귀까지 파업이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鄭씨측은 바스티유측 이 노조파업에 대한 책임등 악화된 여론에 밀려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이라고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바스티유측이 밀리지않겠다는 생각에 하루 수만프랑의 벌금을 물면서라도 공연을 강행하는 무리수로 나올 가능성도 적지않다.이럴 경우 협상은 공전되고 둘중 하나가 백기를 들고 항복할때까지 대결구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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