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캐나다 출신 코미디배우 짐 캐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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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그의 얼굴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세상사의 온갖 표정들이 지점토 조각처럼 시시각각으로 그려진다.
짐 캐리(Jim Carrey).서른 두살의 이 캐나다 출신 코미디 배우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스크린쇼가 화제가 되고 있다.
단조롭고 평범하기 이를데 없던 은행원 스탠리 입키스가 어느날 허드슨강에서 건져 올린 마스크 하나 때문에 신밧드 의 모험이 저리 가라할 환상적인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쓰기만 하면 초인적인 힘을 지니게 되는 마스크를 손에 쥐면서입키스는 몸을 자유자재로 비틀고 총알과 폭탄을 삼키는등 불사신이 된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랑이루기는 여반장이고 백악관까지 움직일 수 있어,그래 요놈들아 어쩔래.』입키스는 군중속에 묻힌 개인의 고립을 이렇게 외치며 잠재의식과 콤플렉스의 해방을 만끽한다.벽을 뚫고 나가는 그의 드릴머신같은 행동은 밀알의 식에 젖은 현대인들의 한계와 불만을 속시원히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유명한 클럽의 여가수를 마스크 덕분에 완전 매료시키고 자신이 다니는 은행을 터는 파격을 감행하며 공포의 대상인 범죄조직에 맞선다.
『마스크』는 사회의 억압된 잠재의식에 대한 고발이란 무거운 메시지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시각적 충격을 중시하는 요즘 영화의감각적 재미를 잃지 않고 있어 신세대형 영화로 불리고 있다.조지 루카스 특수영상사단이 최초로 시도한 컴퓨터그 래픽과 실물의절묘한 합성,찰스 러셀감독의 튀는 혜안,원작자 마이클 풀롱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짐 캐리의 연기와 만나 하나의 문화적 충격을몰고 왔다.
캐리는 말한다.『소시민들이여 꿈을 잃지 마라,당신도 마스크를손에 넣을 수 있다.』그는 동그란 눈망울과 길게 뺀 목선의 선한 모습으로 자신의 조언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님을 웅변한다.
한마디로 짐 캐리는 피학적 표정연기를 통해 가학적 사회의 갈등해소에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그는 스타나 영웅이라기보다는 우리의 아픔을 감싸주는 같은 계단에 서있는 간호사며「그런연하는」인간의 가식을 무너뜨리는 현대판 파우스트다.아■ 짐 캐리의 삶자체가 입 키스가 꿈꾸는「왕자의 꿈」의 전형이랄 수 있다.
***8백만弗의 사나이 평작인『에이스벤추라』에서 변변치 못한동물탐정역을 맡았던 그였다.오늘의 계기가 된 것은 유명한 TV쇼『짐 캐리의 믿거나 말거나.』92년12월 인기순위 1위에 오르는등 도약을 위한 발판 역할을 했다.지금 그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배우중 한명이 됐다.쟁쟁한 로빈 윌리엄스를 제치고『배트맨 퍼에버』에 캐스팅되면서 50만달러에서 일약 8백만달러의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의 성공은 독특한 연기세계를 형성하며 이룩됐다는 점에서 부수고 속이는 재주로 반열에 오른 아널드 슈워제네거나 실베스터 스탤론과 대비된다.장난끼있고 황당무계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에게선 휴머니즘이 묻어난다.
〈李揆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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