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적자 美 감정적 대응 어리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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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클린턴 美행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이 관리무역의 색채를 강화하고 있다.미국은 특히 美日포괄무역협상에서 수입수치목표를 통해 일본시장에서의 일정한 몫을 요구할 정도.그러나 美시카고大의 더글러스 어윈 교수는 최근 자신의 저서『관리무역-수입수 량 목표에 대한 反論』에서 이런 미국의 통상정책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英파이낸셜 타임스紙가 소개한 저서 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클린턴 외교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다.경제외교의 목표는 물론 수출증대.그리고 수출증대는 미국내의 일자리 창출을 가져온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美행정부는 결과,특히 일본으로부터의 눈에 띄는 결과를 원하고 있다.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지나치게 결과지향적이다.이는 어윈 교수가 수출자율규제에 빗대 묘사했듯이「수입자율확장」(Volunt ary import expansion)에 다름아니다.
우선 경상수지에 관한 쟁점들을 살펴보자.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의 3%에 달하는 경상흑자를 기록하는 것은 과연 문제인가.일본이 미국 GDP의 1%와 맞먹는 對美흑자를 올리고 있는 것 또한 문제인가.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될 경우 여기에는 반드시 어떤 식의 보호장치가 숨어있는 것이며 적자가 누적되는 것은 그 반대의 장치가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횡행하고 있으나 이는 언어도단이다.
이런 논리라면 일본은 경상적자가 계속되던 과거보다 지금이 훨씬 보호주의적이어야만 한다.과연 그런가.
對日적자에 대해 미국인이 느끼고 있는 분노는 매우 어리석은 것이다.제2차세계대전 이후 창설된 다자간 무역제도의 목적은 결국 쌍무적인 적자나 흑자를 용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흑자야말로 미국 경제를 좀먹는 원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도표가 보여주듯 미국이 對日적자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면 싱가포르나 홍콩 역시 이미 파멸했어야 마땅하다.對日적자가 상당액에 달하는 대만 또 한 지금쯤은비틀거리고 있어야만 앞뒤가 맞을 것이다.
사실은 이들이야말로 이 지구상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하고 있는 나라들이 아닌가.오히려 對日적자가 많은 것이 경제적 기적을 낳는 비결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다음 주제는 수입장벽.미국의 결과지향적 무역정책은 두가지 근거를 갖고 있다.첫째는 일본의 시장이 매우 폐쇄적이라는 것이며두번째는 이런 감추어진 장벽을 극복하거나 보상받기 위해 구체적이고 수량적인 결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국민이 외제품을 사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정부나 기업구조에 의해 시장이 폐쇄적이라 치자.그렇다고 결과지향적인 정책이 옳은 것인가.
자율수출팽창 정책은 최악의 선택이다.이는 일본경제를 자유화 시키기는 커녕 공개적이고 무차별적인 국제무역제도를 망가뜨릴 뿐이다.결과지향적인 정책은 로비스트들에게 또 하나의 무대를 제공하게 되고 나아가서 차별적인 시장을 만드는 것이 고작이다.
외국산 반도체의 일본시장 점유율 20%이상이라는 美日반도체 협정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수입 장벽의 가장 큰 원인이 기업담합이라면 그 치료약은 경쟁체제의 강화다.수입자율확장의 유일한 작동 메커니즘은 산업 카르텔이나 직접적인 정부개입 뿐이다.
美日 무역마찰의 이상적인 해결책은 양국간의 갈등을 새로운 세계무역기구(WTO)로 가져 가는 것이다.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일본은 최소한 다음과 같은 자세를 가져야한다.
『좋다.우리는 우리의 정책을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그러나 앞으로는 결코 일본의 민간기업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지 않을것이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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