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두툼한 중앙일보 3섹션-독자제일주의 화려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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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9월1일부터 中央日報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른바 섹션제 신문으로의 대변신이다.종전의 32면 종합뉴스체제에서 종합뉴스 섹션 24면,경제 섹션 12면,그리고 스포츠 섹션 12면으로 세분되는 섹션제는 우선 독자들의 입 장에서 48면의 두툼한 보따리를 같은 값으로 구독하는 셈이된다.
그러나 만약 다른 신문에 비해 16면 내지 8면이 늘어난 지면이 예나 다름없이 읽을 거리가 없어 제목만 훑어보거나 펼쳐보기조차 않게 된다면 섹션제는 무모한 증면경쟁이 될 수밖에 없고독자들로부터 오히려 더욱 외면당하는 신문이 되고 말 것이다.
반대로 같은 구독료를 내고 종전의 종합일간지를 보면서 덤으로알찬 내용의 경제신문과 흥미진진한 스포츠.레저 신문을 따로 구독하는 것과 같은 충족감을 줄 수 있다면 독자들은 더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와 같이 섹션제 신문의 의미는「제품 일반」의 과대포장이나 다름없는 증면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분화.계별화.집약화된 유익한 정보를 손쉽게 골라 읽을 수 있는 독자서비스를 끊임없이제공하려는 노력의 결실에서 찾아야 한다.이것을 中央日報社는 「독자제일주의」라고 표방하고 나섰다.지난 23일 있었던「제2창간및 지면개혁 설명회」에서 느낀 바로는 독자제일주의 선언이 공허한 슬로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확고한 신념과 실천의지를 담고있었다. 『우리는 기사를 써준다는 표현을 사용해 왔습니다.이제까지 신문은 독자 위에 군림하는 자세로 있었습니다』라는 편집책임자의 공개적 苦言이 매우 충격적이었으려니와 고품질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채택한 고학력의 전문기자제도 도입 등도 독자 제일주의의 성공적인 실천을 담보하는 사고의 전환과 조직개편(체질개선)의 웅변적 증좌로 여겨졌다.
따라서 中央日報의 섹션제 단행의 더 깊은 의미는「미국에서 성공한 선진국형 신문체제」의 도입에서가 아니라「우리나라 신문기업최초의 마케팅 컨셉트 구현」이라는 데서 찾고 싶다.
하나의 의미를 더 부여한다면 미국의 경우 제조업계(1950년대),금융계(1970년대),신문업계(1980년대)의 순으로 이어져 온 마케팅 중심체제로의 혁신을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 제조업체보다도 먼저 中央日報가 실천하고 나섰다는 학문 적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본다.48면 섹션제 신문은 독자제일주의 실천의 첫걸음이자 포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한면 아니 한 칼럼 한 칼럼의 알찬 정보를 정성을 모아 메워나감으로써 종합뉴스지와 더불어 경제지와 스포 츠지를 함께 본다는 독자의 만족과 찬사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이다.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독자들의 태도 조사 등 방대한규모의 조사체제를 구축.가동함이 필수 요건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울러 섹션제 단행이 광고전략의 세분화.다양화뿐만 아니라비용절감 내지 거래의 단순화등 여러가지 이점을 우리나라 광고계에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부탁하건대 신문기업의 특성중의 하나는 구독자와 더불어 광고주라는 또 다른 고객 을 갖는다는 점을 재인식하고 그들에 대한 고객서비스도 적극 개선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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