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미우리 구단을 보면 일본 사회가 보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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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02면

지구촌은 지금 프로야구 축제 한마당입니다. 한국·월드(미국)·일본시리즈가 동시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세 시리즈의 6개 구단을 빼놓고 왜 하필이면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다뤘느냐고요. 솔직히 이승엽 선수가 4번타자로 활약하는 자이언츠가 플레이오프를 통과할 줄 알았습니다. 리그 우승을 했었지요.

하지만 플레이오프 결과 주니치에 완패했습니다. 자이언츠전의 국내 시청률도 저울질했습니다. 모 케이블TV의 플레이오프 시청률은 3.435%였습니다. 이 TV의 연간 시청률 0.2%에 비하면 어머어마한 관심이지요. 그렇지만 당초 기획 의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승엽 선수를, 하라 감독을, 자이언츠의 전력을 다루자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이언츠를 통해 일본 사회를 들여다보자는 게 그 첫째였습니다. 국내에서 모든 경기를 중계하는 팀을 제대로 짚어보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자이언츠는 일본 사회에서 특별한 존재입니다. 사실상 국기(國技)인 일본 야구는 자이언츠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1934년 최초로 구단을 창단했지요. 전후에는 일본시리즈를 9연패하고, 올해는 처음으로 5000승을 돌파했습니다. 일본 야구사에 남는 기록들도 자이언츠 출신들이 독차지했습니다. 선수들 헬멧에 쓰인 ‘GIANTS PRIDE’ 그대로입니다.

자이언츠의 궤적은 일본 사회의 한 단면입니다. 창업자 쇼리키 마쓰타로의 3훈(訓) 가운데 하나가 ‘미국을 따라잡고 추월하라’입니다. 메이지(明治)시대 이래 일본의 기치는 ‘서양 따라잡기와 추월하기’였습니다. 전후 자이언츠의 전성기는 일본 경제의 황금시대였지요. 버블이 꺼졌을 때 자이언츠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글로벌화의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본의 방망이’라고 자부하던 4번 타자에 용병들을 상당수 기용했지요.

팬들의 자이언츠 쏠림 현상은 두 가지를 연상시킵니다. 하나는 집단주의 문화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민당 장기 집권입니다. 55년 결성 이래 93~94년의 비자민 연립정권을 제외하곤 줄곧 집권해 왔지요. 텃밭이던 농촌지역의 이반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자민당은 쉽사리 권좌를 빼앗기지 않을 듯합니다. 팬 이탈 현상을 겪는 자이언츠도 호락호락 맹주 자리를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자이언츠는 뉴프런티어를 아시아에서 찾을지 모릅니다. 일본 야구계의 개척자였니까요. 자이언츠전이 한국에서 치러지고, 한·일 시리즈 우승팀 간 시리즈가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이는 다시 대만과 중국으로 넓어질 수도 있겠지요. 자이언츠 주도의 동아시아 야구 통합-. 이승엽의 자이언츠 4번 기용과 자이언츠전의 국내 중계에는 그런 꿈과 야망이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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