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백남준 無名 강익중 美휘트니미술관서 집합.대화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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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세계적 명성과 인기를 누리고 있는 白南準씨가 무명의 젊은 在美작가와 나란히 2인전을 가져 미국미술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코네티컷州 스탬퍼드市에 위치한 휘트니미술관 챔피언분관에서는 지난 7월22일부터 9월28일까지 두달 일정으로 白씨와 올해 34세의 강익중씨를 초대한 『집합.대화』전이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이방인의 눈으로 본 미국문화의 표현이란 테마를 갖고 있지만 정작 미국미술계의 눈길은 白씨와 나란히 전시를 갖게 된 강씨에게 집중되고 있다.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명성이 자자한 白씨가 무엇때문에 무명인 강씨와의 2인전을 허락했는가.또 白씨의 명성에 편승할 수 있는 행운을 안게 된 강씨는 누구인가 등등의 호기심어린 물음들이 스탬퍼드市에서부터 뉴욕화단에까지 번지고 있 다.
특히 3천여명에 이르는 뉴욕의 한국작가들은 단번에 성공가능성앞으로 다가선 강씨에게 시샘어린 눈길까지 보내고 있다.
白씨는 환갑을 넘기면서부터『한국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말해왔는데 이번에 함께 전시를 갖게 된 강씨에게도 기회있을 때마다『나를 이용할 수 있다면 딛고서라도 성공하라』는 말로 격려해 왔다는 것.
20대에 유럽으로 건너간 白씨는 누구보다 외국화단진출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작가.실제로 그는 평소 자신의 성공은 무명일 때 이미 유명인사였던 존 케이지.요셉 보이스를 친구로 사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었다.
청주출신으로 홍익대 서양화과 졸업과 동시에 미국으로 건너간 강씨는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에서 대학원을 마친 뒤 최근까지 뉴욕 한인 청과물상회와 벼룩시장 경비원등으로 하루 12시간씩 일하며 어렵게 작업을 계속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白씨와 같은 성공을 꿈꾼 강씨에게 행운이 찾아온 것은 휘트니미술관 챔피언분관의 새 큐레이터겸 관장으로 취임한 으제니 차이를 만나고부터다.
강씨가 3"×3"(10㎝×10㎝)크기로 손바닥에 들어가는 작은 캔버스를 만들어 지하철을 타고다니며 작업하는 모습이 그녀의눈에 띈 것.
강씨의 작업은 작은 캔버스를 수백,수천개씩 줄지어 늘어놓아 벽면 전체를 메우는 작업이다.들고다니며 매일 일기쓰듯 그린 작은 캔버스에는 지하철에 비친 뉴욕의 모습에서부터 작가의 내면의식등 다양한 작업들이 담겨 있다.
白씨와의 2인전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강씨는 이 때문인지 최근 뉴욕市 지하철 벽면장식과 샌프란시스코공항의 벽면작업을 나란히 의뢰받음으로써 뉴욕화단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새로운 스타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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