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함께>박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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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22년전 처음 탤런트가 됐을때 집안 망신을 시킨다던 딸이 이제는 가문의 얼굴처럼 됐으니 성공한 셈이죠.아이들도 엄마가 TV에 나오는걸 자랑스러워 하구요.』 지난주 종영된 SBS미니시리즈 『이 남자가 사는법』에서 차갑고 쌀쌀맞은 병원장 부인에서 사랑과 정이 넘치는 어머니로 변신하는 「민정숙여사」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 「늦깎이 스타」 朴貞洙(42).
데뷔 3년만에 결혼과 함께 은퇴한뒤 13년간 평범한 주부로 있다 88년 브라운관에 복귀,제2의 연기인생을 꽃피우고 있지만사업가인 남편은 여전히 아내의 연기자 생활을 못마땅하게 여기는눈치란다.
『집에 있을땐 생활비를 더 타내기위해 아양도 떨고 애교도 부리고 했는데 이제는 그렇지않으니까 불만인가봐요.가정일에 소홀할수밖에 없는게 미안해 늘 고분고분하려고 노력하는데 그게 오히려밋밋해서 싫대요.』 남편도 그렇지만 중학교 1학년인 막내딸과 함께 하는 시간을 낼수 없는 것이 가장 안타깝고 또 미안하다고말했다. 『큰애는 여고3학년이니까 머리가 커서 이해하지만 작은애에게는 입이 있어도 할말이 없지요.한창 엄마 품이 그리울 나이에 방송을 다시 시작했으니까요.「엄마,오늘은 일찍 들어와」「하루종일 집에 있을꺼야」라고 물어올때 마다 가슴이 아파요 .그래서 녹화가 없는 날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만 있지요.』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한 것은 순전히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한 시도였다.
『어느날 갑자기 세상만사가 재미없고 단조롭게 느껴졌어요.그러다보니 남편까지 밉게 보이더라구요.일종의 권태기였나봐요.슬며시남편에게 운을 떼보았지만 연기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No」였어요.』 결국 그녀는 남편 몰래 방송생활을 하게된다.
『처음 단역으로 몇번 나올때는 남편이 TV에서 보고서도 「저탤런트는 조금 더 뚱뚱하지만 당신을 많이 닮았네」하면서 못알아봤어요.「정말 그렇네요」맞장구를 치면서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출연 수가 점점 늘자 사실을 알게됐고 대판 부부 싸움을 했지요.
끝내 제 고집을 꺾지못했지만요.』 그뒤 마음놓고 연기에 몰두할수 있게 됐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 지난해 MBC『폭풍의 계절』에서 도지원의 푼수끼있고 억척스런 어머니役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도회지풍의 인상이라고해서 큰손이나 귀부인.유한마담역만 맡기잖아요.덕분에 대통령 부인까지 돼보긴했지만….「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 엄마같은 역을 해보고 싶었는데 소원을 푼 셈이었죠.인기도 얻었구요.』 그녀의 깔끔하고 이지적인 용모는 친.외가가 모두 교육자 집안인데서 비롯된다.
『특히 아버님이 무척 완고하셔서 탤런트로 데뷔할때 집안에 난리가 났지요.회초리로도 많이 맞았어요.그때만해도 연예인들을 「딴따라」라고 비하해 부르던 시절이었으니까요.형제들이 모두 의대.약대에 들어가 할수없이 저도 약대(덕성여대.3학 년때 경영학과로 전과)에 진학했지만 적성이 맞지않아 고민하고 있는데 친구가 탤런트 원서를 사가지고 왔어요.』 MBC탤런트 5기로 고두심.한인수.현석등이 동기생들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보니 연기자 생활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들었단다. 『분위기도 거칠고 PD선생님들이 막 욕을 해대 성격이여린 저같은 사람은 견뎌내기가 어려웠어요.정말 더이상 못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을때 남편을 만나 결혼했지요.』 연예인이 대졸 출신이면 오히려 화제가 되던 시절 학사 탤런트로 주목 받고 연기생활 2년만에 신인상을 받는등 「잘나가던 길」을 미련없이 그만두었다.
『데뷔 시절 느껴보지 못했던 연기의 참맛을 이제는 조금 알것같다』는 박정수는 『도시풍 이미지 탓에 아직 한번도 출연하지못한 사극을 해보는것이 지금으로서는 가장 큰 소망』이라며 밝게 웃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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