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에세이] 창어 1호 … 13억 명의 행복 에너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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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베이징(北京) 지국에 근무하는 중국인 직원 리슈메이(李秀梅)는 차분하고 수줍음 많은 40대 중반의 주부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는 일이 없다. 그러나 24일 저녁 그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막 소리를 질렀다고 했다. 중국 최초의 달 탐사선 창어(嫦娥)-1호가 하늘을 뚫고 솟구쳐 오를 때였다."격동했다. 눈물이 저절로 흘렀다"고 리슈메이는 말했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다. 24일 저녁엔 중국 13억 인구가 모두 떨쳐 일어났다. 우리가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와 흡사했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고, 춤사위가 쏟아졌다.

이날 오후 5시 베이징시 천문관 앞 광장엔 10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광장 내 대형 TV를 통해 창어-1호의 장관을 보기 위해서다. 월드컵 당시의 한국 광장 응원 문화가 소리 없이 베이징으로 옮겨온 셈이다.

초등학교 6년생 궁즈(公智)군은 두 손에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힘차게 흔들며 현장의 카운트다운 소리를 힘차게 따라 합창한 뒤 "뎬훠(点火-점화)! 치페이(起飛-발사)!"라고 소리쳤다. 곧이어 전 관중이 양팔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청궁러(成功了-성공했다)! 청궁러!"를 연호했다.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는 사람,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사람, 팔짝팔짝 뛰는 사람,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사람…. 광장은 격정으로 넘쳐났다.

베이징 항공항천대학을 비롯한 대학 캠퍼스에서도, 직장에서도, 술집에서도, 가정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심지어 홍콩 주민들도 거리에서 발사 장면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시창(西昌) 발사기지 주변은 두말할 나위도 없었다. 정치국원 겸 군사위 부주석 궈보슝(郭伯雄), 쩡페이옌(曾培炎) 경제담당 부총리, 차오강촨(曺剛川) 국방부장 등 정부, 군 대표들도 감동이 복받치는 듯 표정을 가누지 못했다.

사회심리 전문가인 리빙(李炳) 박사는 "창어 1호가 전 인민에게 안겨준 행복감은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바이오 GDP"라며 "창어 1호의 발사 성공으로 중국인들은 비로소 '중화 부흥'의 실체를 감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언론들은 경제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창어 1호 발사로 앞으로 중국 산업은 수백, 수천억 달러 규모의 파급 이익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세근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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