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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한국경제 성장 10년 더 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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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부자라고 하는데, 지금 지갑에는 얼마가 있나요?"(대구텍 종업원)

워런 버핏이 25일 대구텍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구=송봉근 기자]

그는 자신의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직접 지폐를 세어본 뒤 말했다. "600달러(약 55만원) 정도네요." 그의 소탈한 모습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계 3위의 부호' '투자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미국의 워런 버핏(77.사진)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5일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그는 자신이 투자한 대구의 대구텍(옛 대한중석)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

<관계기사 e7>

-한국 증시가 많이 올랐다.

"많이 오르긴 했지만 세계의 다른 증시와 비교하면 저평가 상태다. 한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한국 경제도 향후 10년간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본다."

-언제부터 한국에 투자했는가.

"4~5년 전부터 나와 버크셔 해서웨이는 한국시장에 투자해 왔다. 당시에는 시장이 '우스꽝스러울(ridiculous)' 정도로 싼 상태였다."

-어떤 종목을 매입했는가.

"포스코 말고도 기아차.현대제철(옛 INI스틸).신영증권에도 투자한 적이 있다. 한때 내 개인투자 포트폴리오의 대부분이 한국 기업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주가가 많이 올라 지금은 한 곳을 빼고는 모두 합리적인 가격에 처분했다." (※지난 3월 1일 버크셔 해서웨이는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포스코 지분 4%를 포함해 20여 개 한국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포스코 투자에 만족하는가.

"당시 평균 매입 단가는 15만원, 원-달러 환율은 1150원이었다. 지금은 시세차익과 환차익, 그리고 배당을 통해 많은 수익을 냈다. 그래도 포스코 350만 주는 한 주도 안 팔고 갖고 있다." (※25일 포스코 주가는 65만1000원으로 매입 당시보다 4배가 넘는다.)

-첨단 기술주는 여전히 기피하고 있는데.

"나는 기술주에 투자할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기술주에 투자하려면 변화를 잘 예측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예측을 하지 못한다."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서 기업을 추가로 인수할 의사가 있나.

"세계 어느 곳에서나 같은 기준으로 투자 대상을 선택한다. 대기업이면서 비즈니스를 이해할 수 있고 영속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어야 한다. 또 유능하고 정직한 사람이 경영하는 기업이면서 합리적인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을 찾고 있다."

-어릴 때부터 주식에 관심을 가졌다고 들었다.

"7살 때 투자에 관한 책을 읽고 눈을 떴다. 이후 고향인 오마하 도서관의 책은 모두 읽었고, 11살 때부터 실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나이에 비해 건강하게 보인다.

"코카콜라 지분 8%를 보유하고 있다. 콜라를 많이 마셔라. 나처럼 77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웃음)"

-당신 인생의 멘토(스승)를 알려 달라.

"제일 먼저 아버지를 꼽는다. 어려운 상황에 닥칠 때마다 '아버지라면 어떻게 했을까'라고 자문해 보고 결정한다. '가치 투자의 아버지'라는 벤저민 그레이엄도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

버핏은 이날 모여든 청중과 취재진에게 "주식에 투자할 때는 차트.지표.증권방송에 휘둘리지 말고 내가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임해라"고 당부했다. 그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자기 계발이 가장 중요한 투자"라며 "잠재 능력을 개발하고, 의사소통을 효율적으로 하는 법을 키우라"고 조언했다. 버핏은 이날 오전 전용기 편으로 대구공항에 도착, 대구텍을 둘러본 뒤 여섯 시간 만에 다시 한국을 떠났다.

대구=고란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워런 버핏='오마하의 현인'으로도 불린다.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작은 마을 오마하가 그의 고향이다. 재산의 사회 환원을 약속해 '현인' 칭호가 붙는다. 포춘지 8월호에따르면멕시코의통신재벌인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 회장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에 이어 세계 3위의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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