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계 최초 ‘야채 오케스트라’ 화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음악이 사랑의 음식이라면, 계속 연주하라’(셰익스피어)

음악은 종종 맛있는 음식에 비유하기도 한다. 로시니 등 음악가 중에는 유난히 미식가들이 많다. 그렇다면 음식 재료로 음악을 연주해보면 어떨까.

야채ㆍ과일을 깎아 만든 악기로 연주하는 비엔나 야채 오케스트라(Das erste Wiener Gemuseorchester)가 화제다. 올해 창단 10년째를 맞는다. 토마토, 호박, 샐러리, 양파, 양배추 등으로 만든 ‘악기’로 음악을 연주한다. 대파는 바이올린, 피망은 트럼펫, 당근은 피리, 가지는 타악기, 호박은 큰북으로 변신한다. 물론 가끔 칼이나 믹서기 등 주방용품도 사용한다.

이 악단은 즉흥연주, 전자음악, 팝음악, 록음악, 현대음악 등 다양한 음악적 배경을 지닌 13명의 사람들이 재미삼아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단원 중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사운드 엔지니어도 포함돼 있다. 딱히 음악을 전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 미술, 의학, 컴퓨터 전공자들이 눈에 띈다. 단원 중에는 요리사도 있어서 연주가 끝난 후에는 앙코르를 연주하면서 즉석에서 야채 스프를 끓여 관객에게 대접하기도 한다. 연주 때마다 사용하는 악기가 다른 만큼 야채 수프의 맛도 그때그때 다르다.

연주할 때 야채에서 나는 냄새와 맛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야채라는 천연 소재에 집착한다고 해서 단원 모두가 채식주의자는 아니다. 리더나 지휘자도 따로 없다. 악보도 없다. 그냥 즉흥적으로 소리를 낸다. 단원들은 공연에 앞서 시장에서 음악에 맞는 야채부터 구입한다.한번 쓰고 난 악기는 습기가 마르면서 망가지기 때문에 연주 때마다 새로 깎아서 만들어야 한다.

소리는 어떨까. 때로는 동물의 울음 소리도 나고 전자음악 같은 추상적인 소리도 난다. 해외 연주도 다닌다. 2003년에는 런던 무대에 데뷔했다. 아시아에는 홍콩 연주를 다녀가기도 했다. 음반도 냈다. 스페인 남부에서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야채를 재배하는 농부들을 위한 자선 음악회도 준비하고 있다.

비엔나 야채 오케스트라 홈페이지=www.gemueseorchester.org
유튜브 동영상 보기=http://www.youtube.com/watch?v=INI3M3Z2IMA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