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비엔날레 韓國館 결정되기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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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지난해 6월15일 저녁.
베니스시내의 한 호텔에서 제45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독일관 대표로 참가,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백남준씨의 수상기념 축하모임이열렸다. 백씨는 이 자리에서『나는 비록 독일관을 통해 상을 탔지만 앞으로 젊은 한국작가들이 한국관 출품을 통해 수상의 영광을 누리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모임에 참석했던 국내 미술계인사들은 백씨의 말이 베니스 비엔날레의 한국관설립과 한국미술의 국제화를 지적하는 것임을 깨닫고즉각『한국관 설립은 우리 힘으로 해내겠다』고 백씨에게 약속했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한국관설립결정은 이같은 일이 구체적인발단이 돼 문화부 관계자.국내미술인 그리고 후원가그룹들이 힘을합쳐 이뤄낸 결실이다.
지방자치제에 따라 베니스시의 모든 결정이 시내의 각 정파대표.유서깊은 가문대표.건축가.문화재위원등으로 구성된 시의회와 시민대표회의의 결정을 거쳐야 하므로 한국관설립은 발의 이후 거의1년에 걸치는 우여곡절을 겪어야만 했다.
이런 어려움을 겪고 설립허가를 따낸 과정에는 문화체육부가 미술행정에 관해 모처럼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추진의사를 명백히 한 점도 한몫 한 것으로 전한다.
특히 현지출장을 통해 베니스시와 비엔날레 위원회를 설득한 문체부관계자와 설계를 맡은 건축가 김석철씨등의 순발력있는 기지는현지의 생각을 바꾼 적지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5월 설계도면을 제출하기 위해 베니스를 방문한 김씨등은베니스시와 비엔날레 관계자들을 한사람씩 만나 『도면을 호텔에 놓고왔다』고 연막을 치며 슬며시 어떤 형태의 건물이 적합한가를알아내고는 저녁에 호텔에서 도면을 고쳐 제출하 기를 세차례나 되풀이한 끝에 이들을 설득한 것으로 전한다.
〈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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