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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holic] '걷기 짱' 되니 저절로 '건강 짱' 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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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부산 백산초등학교 1학년생들이 24일 가을 식물에 대한 탐구 수업을 위해 백양산을 오르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24일 오전 9시30분쯤, 부산시 북구 만덕동 백산초등학교 뒤 백양산 등산로는 어린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 찼다. 등산로를 300여m 오른 어린이들은 길가에 떨어진 도토리와 나뭇잎을 줍기 시작했다. 1㎞ 정도 계속되는 오르막에서도 힘들어 하는 어린이는 거의 없었다. 지나가던 50대 등산객이 "어른보다 더 잘 걷네. 대단하다"며 칭찬을 했다. 오전 11시쯤 목적지인 백양산 삼림욕장에 도착했다.

이 어린이들은 백산초등학교 1학년 전 학급 184명의 학생이다. 이날 학교가 월 한 차례씩 실시하는 '백양산 사랑 참자람 활동 행사 날'에 참가했다. 5월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비만 연구학교로 지정된 뒤 전교생(1230명)이 매월 학년별로 '슬기로운 생활'이라는 주제로 탐구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1학년은 이날 '가을 동산' 수업을 교실 대신 백양산 숲에서 가졌다. 학생들은 주운 나뭇잎과 열매로 식물과 동물 모습을 만들었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산을 내려온 학생들은 교실에서 소감문을 적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한 지 10분간은 힘들었지만 평소 운동을 해서인지 금세 기분이 상쾌해졌다. 나뭇잎과 열매로 동물 모양을 꾸몄다. 학교에서 하는 공부보다 백양산에서 하는 공부는 더 신나고 즐겁다. 우리는 매일 이런 공부를 하고 싶다. 다음 달 백양산 걷기 행사가 벌써 기다려진다."(1학년 5반 박보경)

이 학교 학생들은 5월부터 매일 오전 8시10분부터 30분간 운동장을 걷는다. 스탠드에 책가방을 놓고 가볍게 체조한 뒤 빠르게 걷거나 뛰면서 운동장을 돈다. 자율이지만 6개월째인 요즘 전교생(1230명) 대부분 참여한다. 비만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방과후 40분씩 운동을 더 한다.

5월 16일엔 '비만 탈출과 비만 예방을 위한 학생.학부모 걷기 캠페인'도 열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만 예방 표어를 공모해 '한입의 달콤함 평생의 괴로움' '설마하고 한입하면 아차하고 비만된다' 등을 뽑았다. 행사에 참여한 학부모들도 표어를 외치며 백양산 등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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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산초교가 매월 한 차례 실시하는 백양산 등산 체험 학습은 학년별 월별 주제를 정해 진행한다. 1학년의 경우 7월엔 '여름에 만나는 식물과 동물', 9월엔 '한가위', 10월엔 '가을의 식물과 동물'이 주제였다.

걷기운동 덕분에 백산초교 학생들은 체력이 향상되고 비만도가 낮아졌다. 걷기 운동을 하기 전인 4월 206명의 비만학생 중 30명이 3개월 만인 7월 정상 판정을 받았다. 또 10일 5, 6학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체 능력 검사에서 남학생 50m 달리기는 평균 10초(여학생 10.3초)로 1년 전의 10.3초(여학생 11.6초)보다 빨라졌다. 윗몸일으키기는 평균 32개(여학생 26개)로 지난해 29개보다 3개 더 늘었다.

이신련 연구부장은 "걷기를 시작한 뒤 전교생이 전반적으로 활력이 넘친다"며 "특히 고학년 여학생들의 체력이 좋아지고 몸무게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부산=강진권 기자

☞◆부산시교육청의 걷기 혁명=올 1학기에 비만 학생이 많은 학교를 걷기 시범학교로 선정해 지도하고 있다. 2학기부터는 걷기를 체육 등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육상대회 종목에 넣어 학생.학부모.교직원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초등학생은 '1학교 1특색 사업'에 걷기 운동 관련 프로그램을 채택하도록 했다. 중.고교는 '등하굣길 두 정거장 이상 걷기' 등 일주일에 두세 차례 20분 이상 걷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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