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마니아>SF 번역.기획가 朴相俊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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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학소설(SF)을 우주전쟁이나 외계인이 등장하는 오락물정도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SF역시 예술성과 문학성을 추구하며 미래사회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다른 문학장르와 다를 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 SF전문가로 첫손에 꼽히는 朴相俊씨(27.서울창작 기획부차장)는 SF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 잡는데 발벗고 나선 젊은 일꾼이다.국내의 본격 SF독자 1세대층을 구성하는 朴씨의 나이가 아직20代인 사실에서 알 수있 듯 우리나라의 SF계는 아직 척박한편.朴씨는 애초 日本을 통해 작품이 소개된 점을 그 이유중의 하나로 꼽는다.
『日本에서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소개한 것이 그대로 유입돼 과학소설이 마치 현실성을 전혀 도외시한 채 황당무계한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게 됐다』는 그는『SF야말로 현대사회의 전망이나 인류의 미래상을 과학적으로 제 시하는 유용한 장르』라고 강조한다.
도서출판 서울창작에서 SF분야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朴씨는과학소설이 이념문제를 포함,현대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과학적으로접근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사회파 과학소설」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가 처음 SF소설을 읽은 것은 중학교 3학년때.당시 동서추리문고에서 나온 아서 클라크의『지구 유년기 끝날 때』를 읽고『오락소설이라고만 생각했던 SF가 미래 인류사회에 대한 놀라운 상상력과 전망을 제시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명받았다』고한다. 원래 과학자가 꿈이었던 그는 85년 한양대 지구해양학과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헌책방을 뒤지며 SF원작소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90년 졸업과 함께 고려대 경영학과에 학사편입한그는 그때부터 외국 SF작품의 번역소개에 몰두했다.
92년 국내의 첫 이론서『SF를 읽는 즐거움-멋진 신세계』를엮어내 주목받은 그는 학교도 중퇴한 채 SF의 번역.기획에 나서『파운데이션』『라마와의 인터뷰』등을 엮어냈다.또 컴퓨터통신망천리안의 SF동호회「멋진신세계」를 결성,초대회 장으로 활동했다.국내에서 발간되는 SF작품집의 절반이상이 그의 기획에 의해 나왔다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그는『SF는 산업선진국형 대중문화이기 때문에 국내에 붐이 조성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며『SF는 기본적으로 시간.공간적으로 넓은 안목을 틔워주기 때문에 인간답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젊은 컴퓨터세대가 새로운 독자층으로 자리잡으면서『즐거운 비명단계를 넘어 좀 쉬고 싶을 정도』로 바빠진 그는『한국적인 SF소설을 쓰고 싶다』고 창작의지를 밝힌다.
〈李 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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