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봉동=신승훈은 1989년 상경했다. 대전에서 노래 좀 한다는 소문을 들은 음반 관계자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가수 만들어 주겠다"던 그 관계자가 구해준 일이란 가리봉동 카페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었다.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며 세 끼를 라면으로만 때우다 6개월 만에 그만 장염에 걸려 귀향길에 올랐다. 그에게도 무명시절은 쓰디썼다.
나이=내일 모레면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 마흔 살이 된다. 나이에 책임을 질 때다. "가요계 선배로서 후배들을 키우고 싶어요. 난 발라드만 부르지만 곡을 줄 땐 록이 될 것입니다." 주위에선 그가 아직 미혼인 게 걱정이다. "혼자 오래 지내면 추해질 것 같아 빨리 결혼하고 싶지만…." 아직 마음에 둔 여성이 없는 걸까.
다정다감=그토록 슬픈 노래를 부르지만 평소엔 활달한 성격에 주변 사람 잘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민종.강타 등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 오죽 싹싹했으면 그 까다롭다는 기자들이 '가장 예의바른 남자 연예인 1위'로 꼽았을까.
라이브=이번 앨범은 철저히 콘서트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보사노바와 펑키, 모던록에 라틴 계열까지 여러가지 변주를 시도한 것도 다양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마니아=골수팬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그의 음악은 매니어적이라기보다는 대중을 겨냥한다. "지난해 팀의 '사랑합니다', 최근엔 MC더맥스의 '사랑의 시'를 한번 듣고 곧바로 차트 1위를 할 거라고 장담했죠." 대중의 기호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야말로 장수(長壽) 인기를 누리는 비결이다.
바보=고등학교.대학교 동창들은 그를 속어로 '또라이(바보)'라고 부른단다. 음악만 알고 세상 물정 잘 모르기 때문이라나. "그런 말 들으면 기분 좋아요. 보통 사람과 똑같으면 어떻게 많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겠어요. 다른 면이 있어야 대중에게 어필하죠."
사랑='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등 그의 애틋한 히트곡들은 실제 경험에서 비롯됐다. 충남대 경영학과 시절 그는 캠퍼스 커플이었으나 가수가 되려고 하자 여자 쪽 집안이 반대해 헤어지고 말았다. "5집 앨범 낼 때 그녀가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서야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그래서 나온 노래가 '나보다 높은 곳에 니가 있을 뿐'이에요."
아집=데뷔 이후 그는 단 한편의 CF도 찍지 않았다. 지금껏 제의받은 CF만 찍었어도 몇십억원은 벌었을 터인데. "무대에선 그토록 슬픈 노래를 부르고선 광고에 나와선 히죽거리며 '이 아이스크림 너무 맛있어' 한다면 꼴이 이상하잖아요." 연예인이라면 피해가기 힘든 그 흔한 스캔들 한번 없었다. 자기 관리가 결벽증에 가깝다.
자금성=영화 '엽기적인 그녀'에 삽입된 'I Believe'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 스타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에서 공연했을 때 한국적인 음악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려 국악을 도입했죠. 자금성 앞에서 공연하는 게 꿈이에요."
차마=신승훈의 노래가 애절한 것은 '사랑하지만 차마 어쩌지 못하는' 정서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김소월의 시를 좋아했단다. 이번 앨범 마지막곡인 '애이불비Ⅱ(哀而不悲)' 역시 '슬프지만 울지 않는다'란 노랫말을 담고 있다.
카나리아=흉내를 잘 내는 새 카나리아처럼 그는 모창(模唱)의 달인이다. 그가 이문세.조덕배.김종서.김동률 등의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정말 입이 떡 벌어진다. 양희은.이소라 등 여자 가수까지도 흉내낸다.
타성=그는 발라드만을 고집해 왔다. "변신을 안 한다고 하지만 왜 한 장르만 부르는 게 문제죠. 엘튼 존이나 빌리 조엘도 결국 한 장르만 해오지 않았나요."
파이=김건모.조성모 등 밀리언셀러 가수들이 수입 규모가 커지면서 소속사를 나와 독립을 했듯 그도 최근 '도로시 뮤직'이란 회사를 차렸다. 전문 경영인을 따로 두고, 그는 음악적인 부분에만 전념한다.
하루='아침형 인간'이라기보다는 '밤샘형 인간'에 가깝다. 오후 2시에 눈을 뜬다. 느지막이 사무실에 나와 어슬렁거리다 스튜디오에서 새벽 5시까지 작곡하고 녹음하는 게 일상이다. 집에 들어가서도 DVD 한편 보고서야 잠자리에 들곤 한다. "사무실 여직원 말고는 보는 여자가 없으니 어떻게 결혼하겠어요."
최민우 기자<minwoo@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