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호냐 청풍호냐 … 충주·제천 ‘이름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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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충주호의 명칭을 놓고 충주시의 도로이정표와 제천시에 설치된 이정표가 각기 다른 이름으로 걸려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23일 낮 충북 제천으로 들어가는 길목. 중부내륙고속도로 음성 감곡IC 부근에 설치된 대형 광고판에 ‘청풍호가 있는 제천!’이란 문구가 쓰여있다.

 감곡IC를 지나 제천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와 주요 유원지마다 ‘청풍호를 되찾자’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시 경계를 맞대고 있는 충주·제천 주민들이 남한강의 거대한 물줄기 충주호의 명칭을 놓고 팽팽한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장면이다.

 제천시가 10년 여간 충주호의 명칭을 ‘청풍호’로 변경해달라는 요구하고 있지만 충주시는 ‘불가’ 방침을 내세우며 지키기에 나섰다.

 ◆‘충주호’ ‘청풍호’ 왜 논란인가=제천시가 충주호의 명칭을 청풍호로 명칭 변경 문제를 제기한 것은 1998년이다.

 제천시는 “면적이 67.5㎢에 이르는 충주댐 중 청풍면 등 수몰된 마을을 포함 63.9%가 제천지역이어서 특정지역을 지칭하는 명칭보다는 청풍호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제천시는 또 충주호는 호수 길이 연장 53㎞ 가운데 57%인 30㎞가 제천지역이고 수몰지역에 살던 인구 역시 전체의 48%(1만8700명)로 충주시와 단양군 보다 많다며 명칭 변경 이유를 덧붙였다.

 그러나 충주시의 주장은 다르다.

 충주시는 1985년 충주댐이 완공되면서 담수호의 명칭을 ‘충주호’로 정했기 때문에 명칭변경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충주가 지역구인 심응섭 충북도의회 의원은 “담수호의 명칭은 댐의 이름과 동일하게 가는 게 관례고 이미 22년이나 지난 일”이라며 “지역민심을 부추기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제천시 명칭 변경 홍보전=제천시는 2004년 충주댐 관광선 이름을 청풍 1·2호로 변경했고 2005년 청풍호 선상해맞이 행사 등을 열고 명칭 변경 운동에 나섰다.

 최근에는 제천시 도시계획변경조례에 충주호 명칭을 청풍호로 게재했다가 충북도지명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지난 달에는 시의회까지 가세해 ‘청풍호 이름찾기 범시민제천운동본부’ 발대식을 갖고 10만인 서명 운동에 돌입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IC 인근에 ‘청풍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의 대형광고판을 설치하고 지역 곳곳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제천시 윤이순 전략사업팀 계장은 “가장 넓은 유역을 차지하는 제천지역의 이름을 붙이자는 것 뿐”이라며 “청풍명월의 고장 충청도에서 가장 큰 호수에 청풍이란 명칭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정적, 법률적 청원을 통해 이름을 찾을 것”이라고 말해 법정소송까지 시사했다.

 주민들의 입장은 더 강경하다. 성명중 제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장은 “충주호가 충주시만 지나는 게 아니다. 제천도 지나는데 특정지역 명칭만 쓰면 안 된다”며 “주민 모두가 변경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주시의 대응= 충주시는 그동안 제천시의 움직임에 대해 ‘소모적 논쟁’이라며 차분하게 대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제천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자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충주시는 충주∼제천 간 경계지역에 충주호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을 설치, 맞불작전을 벌이는 동시에 도에 제천시에 대한 행정조치를 요구하기로 했다.

 충주시 김두찬 담당은 “본 댐이 충주에 위치해 충주호로 명칭을 확정한 것인데 이제 와서 고쳐달라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시 차원에서 신중하게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충주호=1985년 남한강 수계의 유일한 다목적댐인 충주댐 건설에 따라 조성된 인공호수다. 충북 충주시, 제천시, 단양군 등 3개 시·군에 걸쳐 있으며 면적 67.5㎢, 저수량 27억 5000t으로 육지 속의 바다로 불릴 만큼 담수량이 큰 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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