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인하 불붙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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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개발공사가 4일 공개한 마포구 상암동 40평형 아파트의 분양 원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공사 측은 "원가는 평당 7백36만원이지만 분양가를 1천2백10만원으로 올린 것은 개발 이익을 공익에 쓰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아파트값을 끌어내려야 할 공공기관이 공익을 명분으로 39%의 고소득을 올린 것은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5일 도시개발공사 김승규(金承珪.57)사장과 아파트 분양가 인하 운동을 벌이고 있는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김재옥(金在玉.58)회장을 만나 직격 인터뷰했다.

*** 김승규 서울도시개발공사 사장

-아파트 한채에 1억9천만원의 고소득을 올렸다.

"절대 폭리가 아니다. 도개공은 주택 등을 지은 뒤 이익을 사회에 되돌려주는 공공기관이다. 40평형 아파트는 중산층용이다. 1천만원짜리 청약예금만 갖고 있으면 누구나 분양 신청이 가능하다. 따라서 주변 시세보다 턱없이 낮게 분양할 경우 투기꾼만 배불린다. 그래서 1백62가구의 분양 차익 3백10억원으로 임대아파트를 더 짓고 불우 청소년 장학금으로 쓰기 위해 분양가를 올린 것뿐이다."

-민간업체의 분양가를 좇아가선 곤란한 게 아닌가.

"32평형 이하 아파트는 계속 싸게 공급한다. 그러나 40평형대는 앞으로도 주변 시세에 맞춰 원가보다 높게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40평형 아파트 분양가를 1천2백10만원으로 책정했는데도 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만약 원가에 맞춰 7백만원대로 책정했다면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도개공이 앞장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긴다고 더욱 격렬하게 비난하지 않았겠느냐."

-왜 40평형 아파트를 짓나.

"지금까지는 영세민.무주택자 등을 위해 전용면적 25.7평(32평형) 이하 국민주택 규모만 지었다. 그런데 소형 평수만 짓다 보니 이들 단지가 자꾸 슬럼화했다. 그래서 중산층도 골고루 섞여 살아야 지역이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형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지역이 발전하나.

"상암동의 경우 국제비즈니스센터가 건립되는 등 앞으로 첨단.국제도시로 탈바꿈된다. 그래서 서민형 영세 아파트만 지어서는 곤란하다. 뉴타운 지역에도 대형 평수를 지을 계획이다. 물론 그 이득은 임대아파트 건설에 쓴다."

-평형별 분양가 차이가 너무 크다.

"당연하다. 공사가 짓는 아파트는 도시계획상 원주민과 철거민들에게 우선 공급하게 되어 있다. 대형 평수만 일반 분양한다. 40평형 이상은 부가가치세가 붙고 토지매입비도 다르게 산정하는 등 원가 개념 자체가 다르다."

-분양 원가를 계속 공개할 계획인가.

"필요할 경우 공개하겠다. 이번에 처음 하다 보니 기준도 없고 비교 대상도 없어 어려움이 많았다. 현재 서울시정연구개발원에서 표준안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

*** 김재옥 '소비자 시민의 모임' 회장

-도개공이 아파트 분양 원가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일단 잘한 일이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만 무성하던 분양가 부풀리기의 실상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공사 측이 공익에 쓰기 위해 원가보다 분양가를 39% 높게 매겼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그럼 폭리를 취했다는 얘기인가.

"공익을 명분으로 고소득을 올린 것은 분명하다. 1998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서울 동시분양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5백12만원에서 1천80만원으로 두배 이상으로 뛰었다. 이런 마당에 아파트값을 내려야 할 의무가 있는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을 따라가 분양가 상승을 부추긴 것은 잘못이다. 뜻은 좋지만 방법이 틀렸다."

-원가 산정 방식엔 문제가 없나.

"'소시모'가 2002년 5월부터 서울 시내 2백여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를 조사한 결과 50여곳의 분양가가 부풀려져 있었다. 이 가운데 20여곳은 국세청에 명단을 넘겼다. 대부분 건축비에 거품이 많았다. 이번에 3백40만원이라고 밝힌 공사 측의 건축비도 마찬가지다.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고급형 아파트의 건축비를 3백20만원으로 감정했다."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가.

"평당 1천2백만원에 분양 신청을 받았는데도 18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는데 원가 수준에 공급하면 경쟁률이 치솟을 수 있다. 그렇지만 분양 가격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원가에 10% 정도를 더 얹어 분양하고 그 차익을 투명하게 잘 쓰면 된다."

-공사 측은 분양가를 낮출 경우 투기꾼만 배불린다고 주장한다.

"투기꾼 몇명이 무서워 분양가를 높인다는 게 말이 되는가. 공공기관이 앞장서 분양가를 올리면 전체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분양만 받으면 엄청난 시세 차익을 얻게 되는 제도적 모순은 세금으로 해결하면 된다. 투기꾼에겐 양도세를 왕창 매겨야 한다."

-민간업체에도 원가 공개를 요구할 것인가.

"물론이다. 다음주부터 원가 공개 캠페인과 분양가 30% 인하 전국 운동에 돌입하겠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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