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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들 발동동 '속이 까맣게 탔다' 서둘러 온가족 피신

중앙일보

입력

미주중앙 남가주 지역에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해당지역 한인들이 불안에 휩싸였다.

대부분 산불 발생지역이 4년전 초대형 산불이 할퀴고 간 지역이어서 한인들은 공포감마저 느끼고 있다.

◆ 샌디에이고

특히 피해지역이 가장 넓은 샌디에이고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좌불안석이다. 22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랜초버나도 지역의 경우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듯 곳곳에 화염에 휩싸인 주택들이 늘고 있으며 전소된 주택도 상당수에 이른다.

일부 한인들은 이날 새벽 경찰의 긴급대피방송을 듣고 안전지역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린다비스타에 소재한 갈보리 장로교회에는 100여 가구의 한인들이 피신해 있다.

카멜밸리 지역에 거주하는 정 모씨는 "아침에 산불상황을 보고 가족과 함께 무조건 집을 나왔다"면서 "4년전 발생한 시더 산불때도 대피하느라 소동을 벌인적 있는데 또 이 같은 상황을 겪게되니 매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 스티븐슨 랜치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샌타클라리타(스티븐슨 랜치.발렌시아) 지역에서도 22일 오후 산불이 발생하자 이 지역 한인들은 산불진행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LA에서 근무하는 이 지역 한인들 상당수는 이날 직장에서 조기퇴근하기도 했다.

한인타운에서 일하는 라이언 장(43.스티븐슨 랜치)씨는 "이웃 주민들이 다 대피한다는 소식을 아내에게 듣고 회사를 조퇴 부랴부랴 집으로 갔다"며 "애들 학교까지 휴교령이 떨어진 상태로 가족 모두 LA 친척집에서 머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발렌시아에 사는 김승관(49)씨는 "2003년 대형 산불의 악몽이 떠올라 너무 불안하다"며 "특히 바람이 여전히 거세 이날 회사를 조퇴하고 집에 가 짐을 꾸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동네 한인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처지로 이날 많은 한인이 짐을 꾸려놓은 채 여차하면 LA로 대피할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 어바인

또한 이날 오전 강제 소개령이 내려진 어바인 산불 지역 한인들도 대부분 인근 친척집이나 모텔 등으로 대피 산불이 진화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웨스트 어바인에 사는 정희경(37)씨는 "어젯밤부터 타는 냄새가 집안으로 들어 와 아기가 밤새 보챘다"며 "집 근처 길을 소방관들이 차단했는데 불안하기도 하고 연기도 자욱해 오늘부터 친구 집에서 지낼 생각"이라고 걱정스러워 했다.

◆ 말리부

한편 말리부에 사는 클라라 심씨는 "21일 오후 세도나에서 돌아오는 길이였는데 남편한테 연락을 받고 집에 가지도 못한채 LA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이어서 "화재가 진압돼 집에 돌아간다해도 당분간 정상적인 생활은 힘들 것 같다"며 "일단 LA에 머물며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디에이고=주영성.박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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