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건강] 요실금, 운동·약물·수술로 완치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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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생명과는 무관하면서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이 있다. 요실금이다. 나이 들어 소변을 못 가린다는 게 부끄러워 남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회장 주명수)가 이달 12일부터 한 달간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에 대한 ‘골드리본(사진)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대다수의 요실금 환자가 음지에서 마음고생만 하고 있기 때문. 그래서 슬로건도 ‘참지 말고 삽시다, 요실금!’으로 잡았다.

◆400만 명이 고생한다=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여성의 요실금 유병률은 평균 24.3%(2005년). 이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면 420만 명이 소변이 새는 것 때문에 고생을 한다. 연령별로는 30∼44세가 가장 많은 34%, 다음이 45∼59세 24.7%, 60세 이상이 19.7%였다. 흥미로운 것은 젊은 층인 19∼29세에서도 11.7%나 된다는 것. 오줌이 새는 빈도는 주 1∼3회가 42.5%로 가장 많았고, 3년 이상 앓은 사람도 49.7%나 됐다. 그럼에도 요실금에 대해 상담을 받아본 사람은 12.6%, 수술을 받은 사람은 0.8%에 불과했다.

이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도 심각하다. 고려대 의대 비뇨기과 이선주 교수가 치료를 위해 들어가는 직접 의료비와 노동 상실·교통비 등 간접비를 산출한 결과, 복압성 요실금과 과민성 방광으로 지급하는 사회적 비용이 2000억원을 넘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도 다양=가장 흔한 것은 복압성 요실금이다. 아이를 낳은 여성만이 겪는 아픔이다. 출산으로 방광을 지지하는 요도와 골반 사이의 근육이 늘어난 것이 원인이다. 여성은 요로가 남성(12㎝)에 비해 짧고(4㎝), 수도꼭지 잠금장치 역할을 하는 괄약근이 하나(남성은 두 개)라는 것도 요실금을 부추긴다. 재채기나 운동 등 배에 압력이 높아지면 여지없이 속옷을 적신다.

절박성 요실금도 10% 내외에 이른다. 젊은 층이나 고령층에 많은 것이 특징. 방광이 제멋대로 수축해 소변을 조절하기 어렵다. 원인은 노화 또는 중풍이나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뇌 속의 배뇨중추 고장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절박뇨는 또 과민성 방광의 주증상이기도 하다.

범람요실금이라는 것도 있다. 자궁적출술 등 산부인과 수술을 받다 방광을 수축시키는 신경을 다쳐 발생한다. 소변을 볼 때 방광을 모두 비우지 못한다. 절반 정도 남은 소변이 흘러나오는 것.

이에 반해 진성요실금은 요도를 조여주는 괄약근이 손상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소변이 새는 악성이다.

◆개인에 맞는 맞춤치료를=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개인의 병력, 수술 경험, 감염 여부를 파악한 뒤 사흘간 배뇨일지를 쓴다. 소변이 갑자기 마려운지, 화장실 가기 전에 속옷을 적시는지, 소변은 마렵지 않은데 기침을 할 때 지리는지, 새는 소변의 양과 횟수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파악한다.

방광에 물을 넣거나, 소변을 보면서 방광의 압력을 측정하는 요역동학 검사도 동원된다.

요실금은 대부분 치료된다. 과민성 방광을 포함한 절박요실금은 행동치료와 골반 근육운동, 약물치료로 80% 이상 해결된다. 행동치료는 카페인 음료나 자극적인 음식을 자제하거나 물을 적게 마시는 등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 운동은 골반저 근육을 훈련시켜 방광이 수축하더라도 이를 통제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 항무스카린성 약제는 방광근육의 수축을 억제해 절박뇨와 빈뇨·야간뇨를 개선한다. 탐침을 넣어 요추 아래쪽 천수 신경을 전기로 자극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복압성은 초기를 넘어서면 수술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물처럼 생긴 슬링으로 방광 아래쪽 요도를 받쳐주는 시술로 20∼30분이면 끝난다.

◆도움말=울산대 의대 주명수 교수, 성균관대 의대 이규성 교수, 고려대 의대 이선주 교수(이상 비뇨기과)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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