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해부 新개발지] 1. 천안·아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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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일대 지형을 바꿀 대규모 신(新)개발지가 주목받고 있다. 갈 곳 없는 부동자금이 개발지역의 땅으로 몰리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개발이 가져올 부동산 시장 변화와 양지.음지 등을 취재했다.[편집자]

고속철도, 수도권 전철 연장, 매머드급 신도시 개발. 여기에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의 하나. 충남 천안.아산지역 부동산 시장을 달구고 있는 간판 호재다.

이들 호재 덕에 천안.아산 부동산 시장은 들썩인다. 투기꾼들이 몰려든다. 천안 아파트 값은 지난해 전국 평균의 두배 수준인 20% 이상 뛰었다. 땅값(전국 평균 3.4%)도 천안 8.3%, 아산 8.7%씩 올랐다.

올해부터 호재들이 하나씩 구체화된다. 고속철과 수도권 전철이 개통한다. 신도시 개발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에 따라 기존 부동산 시장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그러나 이같은 '장밋빛' 개발 청사진이 제 빛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충청권 아니라 수도권"="고속철도가 다니면 생활이나 모든 게 수도권에 들지 않겠습니까." 지난 4일 오후 천안시 쌍용동 아파트단지에서 만난 30대 주부는 "이 지역이 이제 충청권이 아니라 수도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1일 개통하는 고속철도는 서울~천안 간 이동거리를 30여분으로 대폭 줄인다. 수도권 급행전철(연말 운행 예정)을 타면 1시간30분에 서울 나들이를 할 수 있다. 천안.아산이 웬만한 수도권 지역보다 서울 방면 교통편이 좋아지는 셈이다.

수도권 전철은 천안까지 우선 개통한 뒤 2006년 말 장항선을 따라 아산 온양온천역까지 연장된다. 천안~아산구간의 장재역이 고속철도 환승역이다.

여의도 면적의 네배에 가까운 8백80여만평으로 천안.아산을 아우르는 아산신도시 개발은 지금의 논밭을 주거와 경제 중심지로 탈바꿈시킬 전망이다. 인근 지역도 연쇄적으로 개발될 것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수도권을 분산하려는 취지로 추진되는 행정수도 이전이 이 지역으로 되겠느냐"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도 행정수도 이전 여부보다 고속철과 수도권 전철, 신도시 개발에 좌우된다고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은다. 고속철.수도권 전철 개통이 다가오면서 주택시장이 다소 살아나는 분위기다. 쌍용동 집보아공인 박종명 사장은 "고속철 역세권이어서 실제로 거주할 사람들과 투자자들이 머지않아 입주할 아파트 분양권을 찾으면서 지난해 말 나온 매물들이 대부분 나갔다"고 말했다. 5~6월 실시될 신도시 1단계 개발지역인 배방지구 보상은 토지시장을 또다시 흔들 가능성이 크다. 총 보상비가 1조1천억원대다.

◆엇갈릴 희비, 불확실한 장밋빛 기대=개발은 주택시장과 상권의 이동을 예고한다. 천안의 중심이 천안역 주변의 기존 시가지에서 고속철도 역사 쪽으로 서진(西進)하고 있다. 고속철 역사와 인접한 쌍용.불당동 등이 신흥 주거지로 개발되면서 고속철 후광 효과를 얻고 있다. 시청도 불당동으로 옮길 예정이다.

개발이 뒤진 아산이 천안에 흡수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다. 이에 대해 아산지역은 삼성반도체 등 공장 이전이 많고 인구가 20만명 정도여서 자생력이 충분하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개발이 덜 됐기 때문에 개발 파급 효과가 천안보다 더 클 것이란 주장이다.

상권은 고속철 역세권에 집중될 게 분명해 기존 상권은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천안 상권은 구 도심인 천안역 주변 문화동 일대와 갤러리아백화점.종합쇼핑몰 등이 들어선 신부동 버스터미널 주변에 형성돼 있다. 아산 신수도공인 양동신 사장은 "아산 상권은 천안에 의존하는 실정이지만 계속된 인구 증가에 따라 자체 상권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철 개통 등 개발 호재를 둘러싼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주변지역에서 인구는 유입되겠지만 수도권에서 몰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주거지 선택의 주요 기준인 교육.문화 등의 여건이 수도권보다 못하기 때문이다.

불당동 D공인 관계자는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옮겨 오려는 경우는 많지 않고 이 지역 내 인근에서 이사하려는 문의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산신도시 개발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020년까지 개발계획이 잡혀 있는데 이 기간은 신행정수도 건설과 겹친다. 행정수도 이전지가 다른 곳으로 결정될 경우 정부.기업 등의 관심이 온통 신행정수도 이전지로 쏠려 아산신도시 개발의 힘이 빠질 수 있다.

개발 규모도 워낙 크다. 5만3천여가구에 인구 17만여명을 수용할 계획이다. 인구 수로 현재 천안.아산 인구의 3분의 1 정도다. 아산 S공인 金모 사장은 "1단계는 몰라도 2, 3단계까지 개발이 제대로 될까 싶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내년까지 6만가구 이상의 아파트가 분양된다. 이 지역의 높은(2.4~4.5%) 인구증가율을 감안해도 주택보급률이 95% 이상인 상황에서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온다.

천안.아산=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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