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올바른 걸음마가 평발을 예방한다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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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발, 일명 편평족은 발 안쪽 종아치(활처럼 휘어 들어간 형태)가 소실된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평발의 경우 발바닥 전체로 바닥에 접촉하게 된다. 전 인구의 10%가 평발이지만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3~4% 정도이다. 평발이라고 하더라도 활동을 하는 데는 아무런 이상이 없으며 격렬한 운동도 얼마든지 소화할 수 있다. 발의 골격이 튼튼하고 근육과 힘줄이 강하고 탄력성이 좋은 발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잘 알려진 것처럼 한국 축구의 신동 박지성도 평발이다.
하지만 평발인 경우 다소 불리한 점도 있다. 조금만 걸어도 쉽게 발이 아프고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또한 심한 경우 척추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위장과 소화기 계통 건강에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최근 평발의 비율이 예전보다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데 어린 아이들의 초기의 잘못된 습관과 성급한 걸음마 연습 등이 그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조급함을 경계하고 아이가 안짱다리인지 유심히 지켜봐라

어떤 부모들이든 아이들이 걸음마를 시작하면 조바심을 내기 마련이다. 아이가 첫 걸음을 시작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조금만 더 애쓰면 한 발짝 더 내디딜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은 부모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터. “어이구, 잘 하네. 한 번 더 일어나 봐. 조금만 더 걸어 봐, 조금만 더.”라며 아이의 발걸음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보통 3~4살이 될 때까지도 자신의 몸을 독립적으로 지탱할 만큼 완벽한 발 구조를 갖추지 못한다. 일본 의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이시쓰카 다다오는 저서 <10년이 젊어지는 발 건강법>에서 종아치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걸음마를 시도하면 발바닥의 인대가 늘어나 평발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걸음마 초기에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역부족인 작은 발로 무리하게 걸음마를 하면 정상적인 종아치로 성장하지 못하고 발이 눌리기 때문이다.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할 때 우선 부모들의 조급함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아이가 안짱다리로 걷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평발인 아이들은 대부분 발 발 안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걷는다. 물론 이렇게 걷는 아이들을 다 의심할 필요는 없다. 평발은 일종의 성장기 변형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보통 관절 주의의 인대와 근육이 유연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유아기 때 이런 증상을 보이더라도 정상적인 성장 단계를 거친다면 대개 별도의 치료를 받지 않아도 된다며 지나치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병적인 평발을 가지는 경우, 즉 선천적으로 평발이 될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의 경우도 있어 안짱다리로 걸을 때에는 평발 가능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미숙아로 태어났거나 저체중으로 태어났거나, 정상 보다 성장 단계가 지연된 경우, 걸음마를 늦게 시작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어린이 평발의 진단은 뼈와 인대의 성장이 완료되는 6세 이상에서만 이루어진다. 평발이 의심된다고 하더라도 수술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보존적 치료를 하게 된다. 특수 신발이나 정형 기기들은 특이한 걸음걸이를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수술은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 많기 때문에 심한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에만 하도록 한다.

환경적인 요인이 평발을 만들기도 한다

평발은 대체로 선천적인 요인이거나 초기 이상 습관으로 생기지만 최근 들어서는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콘크리트 건물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서 평발이 종종 나타난다는 보고가 있다. 단단하고 편평한 콘크리트는 울퉁불퉁한 흙길이나 모랫길에 비해 발바닥의 압력을 고루 분산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발에 맞지 않는 신발도 평발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유아기에는 되도록 신발을 신기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성장기에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큰 신발을 장시간 신으면 평발이 될 수 있다. 이때 걷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발바닥의 아치가 잘 형성되지 않아 평발이 될 위험이 배가된다.
성인 중에서도 인대, 근육 등이 약해져 평발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성인이나 격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주의해야 한다. 또한 비만이나 임신 등으로 일시적인 평발이 될 가능성도 있다.

구두의 닳은 모양으로 평발 진행 평가에 이용할 수 있으므로 알아두면 좋다. 구두창 안쪽이 빨리 닳거나 발뒤꿈치 쪽이 많이 닳으면 평발을 의심해야 한다. 평발을 특별히 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발보다 활동에 불리하다. 심하면 종아리에서 넓적다리와 허리까지 통증이 온다. 평소에 체중관리에 유의하고 아킬레스건 펴기, 스트레칭, 발목운동을 자주 해 주면 평발 예방에 도움이 된다.

<출처: 강남세란 의원 김수연 원장
삼성병원 정형외과 심종섭 교수>

객원기자 장치선 charity19@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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