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오프로드 드라이브 '길 아닌 길' 달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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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야를 무대로 거침없이 달린다. 자동차 바퀴보다 큰 바위가 길을 막아선다. 넘어 갈 것인가, 피해 갈 것인가. 결정은 오롯이 운전자의 몫이다. 끝없는 한계에의 도전, 짜릿한 쾌감…. 오프로드는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길 없는 길이다.

"산이 좋고 차가 좋아…
인터넷 동호인 급증

■ ‘카우보이’에 몸을 맡기다
지난 주말 오후, 오프로드 자동차 동호회 ‘JK랭글러’와 동행길에 올랐다. 목적지는 충남 금산. 사열하듯 고속도로를 줄지어 달리는 형형색색의 ‘카우보이(랭글러)’ 무리가 거리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다. 선글래스를 끼고 군용 점퍼를 입은 운전자들의 외모 또한 예사롭지 않다.
“산이 좋고 차가 좋아 오프로드를 시작하게 됐어요. 자동차로 산길을 달리는 기분이 끝내주죠. 그냥 등산하는 것과는 또 다른 묘미가 있지요.”
치과의사인 김성광(44)씨는 몇 달 전 크라이슬러 랭글러의 최신 모델인 루비콘을 산 뒤 동호회에 가입했다. 4000만원을 웃돌지만 투자가 아깝지 않다. 매니어의 관심은 오로지 자동차의 성능, 즉 노련하게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지 여부다.
 
■ 산 넘고 물 건너며 스트레스 확 날려
덜컹거리며 험로를 달리다 보면 절로 모험심이 생긴다고 동호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익스트림 레포츠 못잖은 스릴도 느껴진다. 비포장도로 쯤은 너무 밋밋해 성에 차지 않는다. 길이 끊기고 계곡이 나타나자 회원들은 쾌재를 부른다.
커다란 바위가 차를 막아선다. 상식적으로는 TV프로그램처럼 ‘무모한 도전’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익숙한 풍경. 몇 번의 헛바퀴질 끝에 랭글러의 바퀴가 기어이 바위를 올라타고 만다. ‘사서 고생하는’ 속내는 뭘까. 대답은 간단하다. 남들 눈에는 장애물이 이들에겐 즐길 거리일 따름이다.
“바위를 넘고 물을 건너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평소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니까요.”

힘든 만큼 새로운 길을 만들어 냈다는 성취감도 크다. 좁은 산길의 나무숲을 헤치며 들어갈 때는 마치 정글탐험하는 기분마저 든다. 나뭇가지들이 얼굴을 할퀴고 차체에 마구 흠집을 낸다. 대부분이 3개월 전 출시된 ‘루비콘’을 타고 있어 신경 쓰일 만도 한데 아랑곳없이 인적 없는 숲을 누빈다.
JK랭글러의 인터넷 동호인 수는 300여명, 그 중 오프라인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인원은 20명 내외다. 20~30대도 있지만 40~50대가 대부분이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업인부터 자영업자·은행원·연구원 등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물론 가족이 함께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오프로드의 참맛을 원한다면 옆자리에 타기보다는 직접 운전해 볼 것을 권한다. 운전 면허증만 있으면 간단한 기능 숙지 후 누구나 직접 운전할 수 있다. 낚시꾼이 손맛을 못 잊어 낚시터를 찾듯 오프로드 애호가들은 운전대에서 전해오는 짜릿한 감각을 쉬이 잊지 못해 주말을 손꼽아 기다린다.
 
■ 랭글러의 변신은 무죄
주인의 개성 따라 ‘카우보이’ 스타일도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튜닝은 랭글러 소유자의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굉음을 내거나 요란한 조명을 다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개조가 아니다. 랭글러는 기본적으로 루프와 도어를 자유자재로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어 어느 정도의 자체 튜닝이 가능하다.
오픈카로 변신한 랭글러를 타고 산길을 달리는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안다. 유재권(44·운수업)씨의 차는 한눈에 봐도 유별나다. 족히 20년은 됐을 법한 그의 애마는 장갑차를 방불케 한다.
유씨는 오프로드를 달리는 기쁨도 크지만 직접 차를 튜닝하고 멋을 내는 것이야말로 남다른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동차가 좋아 운수업을 시작했을만큼 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랭글러 외에도 할리 데이비슨·아우디 등 용도에 따라 바꿔 타는 차량을 5대나 보유하고 있다. 유씨의 랭글러는 한결같이 오픈카다. 한겨울에도 루프를 덮지 않고 달린다. 오프로드를 즐기는 그만의 방식이다.

그 외에 자동차 루프에 카 텐트를 설치하는 등 부속물을 달기도 하고 바퀴를 큰 것으로 교체하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 운전자의 개성이 녹아든다. 이들 오프로드 매니어에게 자동차 튜닝은 재창조이자 예술이다.
“튜닝을 하면서 나만의 자동차를 만드는 거죠. 같은 차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주인의 개성 따라 다른 모습으로 탄생합니다.”
이들에게 차란 뭘까? ‘길 아닌 길’의 친구를 넘어 무한도전을 향해 달려가는 삶의 동반자가 아닐까.


오프로드 하고 싶다고요?
짚차는 Jeep사가 생산한 차량
4륜구동 레저용 SUV가 무난

우리가 흔히 ‘짚차’라고 부르는 오프로드 자동차는 고유명사가 일반명사화한 사례다. 원래 짚차는 지프(Jeep)사가 생산한 오프로드 차량이지만 흔히 SUV(Sports Utility Vehicle)를 일컫는 단어로 통용되고 있다.
지프는 66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4륜구동 자동차의 산 역사다. 1941년 윌리스(Willys MB)라는 이름으로 탄생, 세계 자동차 업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 현재 지프사에서는 JK랭글러 루비콘 외에도 그랜드 체로키·컴패스·커맨더 등 다양한 SUV를 생산하고 있다.

SUV는 험한 도로에서 주행능력이 뛰어난 스포츠형 다목적 차량으로 넓은 의미에서 레저용 차량인 RV(Recreational Vehicle)에 포함된다. 어떠한 지형에서도 달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4륜구동(4WD)이다. 수동변속기를 장착한 것도 있고 자동변속기인 것도 있다. 엔진도 4기통·8기통 등 다양하다. 주행가능지역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격렬한 스포츠나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한다.

글·사진 프리미엄 이송이 기자 song@joongang.co.kr
사진제공=크라이슬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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