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열린유아교육] 8세 이전 애착 형성이 평생 좌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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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태어난 아기를 돌보는 것은 정말 힘들다. 계속 보채고 칭얼대고 우는 데다 밤에 한 시간 또는 두 시간 단위로 깨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하루 정도 지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어나기 때문에 아기 낳느라 뼈마디가 아픈 엄마는 잠을 제대로 못 자 신경질이 나고, 직장일로 피곤한 아빠는 밤잠을 설치므로 집에 들어오는 것이 고통으로 느껴진다.

 계속 밤에 울어대는 갓 태어난 아들이 미워 때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단다. 얼마 전 아기를 낳은 우리 집 막내사위의 솔직한 얘기다. 그렇다. 신생아 돌보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신생아들이 어른의 입장을 전혀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 생각할 수가 없다.

이번엔 아기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따뜻하고 좁은 자궁 속에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었는데 갑자기 차가워진(또는 무더운) 공기, 허전해진 손 발, 알아들을 수 없는 시끄러운 소리로 아기는 불안이 극에 달해 있다. 옷이나 기저귀를 갈아입히려 할 때 소스라치게 놀라 얼굴에 공포가 스치고, 손은 허우적거리며, 온몸을 잔뜩 움츠리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아기는 젖꼭지를 열심히 빠는 노동(?)을 해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자신의 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힘든 상태에 있다. 아기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상태는 전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들은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한다. 졸릴 때와 먹고 싶을 때 울음소리를 다르게 낸다든지, 만족할 때 고양이처럼 그르렁 소리를 평화롭게 낸다든지, 살짝 미소를 짓기도 한다.

 문제는 어른들을 기쁘게 하는 이런 일들이 순간적이어서 고통을 이겨내는 데 충분치 않은 데 있다. 영국의 영아발달 학자인 보울비는 어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때가 신생아가 애착을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했다. 출생하는 순간부터 어른들이 인내심을 갖고 친절하게 대한다면 애착이 자연스럽게 형성된다고도 했다. 고통의 대가가 있다는 것이다. 출생하는 순간부터 만 8세까지 애착을 제대로 형성할 수만 있다면 아이의 행복지수는 뇌에 각인되어 자신감 있는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온 가족이 유아기(출생부터 만 8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기가 잘 자라려면 최소 20명의 따뜻한 어른이 있어야 한다고 한 이와쓰키 겐지 박사의 말은 변하지 않을 진리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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