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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에겐 특별한 게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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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은 반짝 사업 아이템들. 같은 아이템으로도 성공한 이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특별한 게 있을까. 아니면 우연일까. 위기를 딛고 일어선 네 사장의 특별한 도전기를 들여다봤다.


‘하회안동찜닭’ 한상곤 사장
원조 맛 찾아 여관서 두 달 연구

번화가도 모두 같은 번화가가 아니다. 한상곤(41) 하회안동찜닭 사장은 “어떤 고기가 많은지, 무슨 밑밥을 써야 하는지 모르면 양어장에서도 고기를 낚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신촌에 찜닭집을 연 한 사장은 지금까지 독자적 브랜드와 탄탄한 매출을 지키고 있다. 한 사장이 처음 찜닭을 접한 것은 1996년 대학 후배 고향인 안동에 문상을 가서다.

안동 중앙시장에서 먹은 찜닭은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서울에 와서 그 맛을 잊고 살았다. 다시 간장소스 맛이 생각난 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수영 코치 자리를 그만뒀을 때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먹는 장사’를 하고 싶었지만 메뉴가 문제였다. 그때 문득 3년 전 맛본 안동찜닭이 떠올랐다. 당장 짐을 싸서 안동으로 갔다. 두 달 동안 여관에서 생활하며 중앙시장 통닭골목 중에서도 제일 맛있다는 집의 비법을 전수했다.

물론 전수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맵고 달달한 간장소스가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강남, 대학로, 신촌. 세 곳 모두 젊은 층으로 붐비지만 강남, 대학로는 방학 때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었다. 3억5000만원으로 신촌에 가게를 냈다.

한 사장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동안에도 수시로 안동과 서울을 오갔다. 그는 “안동에 가서 대여섯 마리 (요리)하고 나면 불안감이 사라졌다”며 웃었다. 개업 당일, 낮 12시에 문을 연 한 사장은 6시간 반 동안 찜닭 한 마리를 팔았다.

“실패구나, 정신이 아뜩했습니다.”

그런데 오후 6시40분이 지나자 어디에선가 약속한 듯 사람들이 몰려왔다. 한 사장은 그렇게 찜닭으로 성공했다. 한 사장이 개업한 지 6개월, 주변 1km 이내에 찜닭집이 스물세 곳으로 늘었다.

다시 1년 후 스물세 곳의 찜닭집은 모두 문을 닫았다. 소스 배합, 불 조절 등 원조 맛에 자신 있는 한 사장도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맛과 상관없이 찜닭을 외면했고 매출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문을 닫아야 하나 생각도 했습니다. 1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도 그렇고 한때 유행한 닭갈비처럼 될까 두려웠어요.”

하지만 그는 그만둘까 고민하는 대신 다시 일어날 궁리를 했다. 지나간 세월을 돌이키며 어렵게 시작한 사업이었다. 한 사장은 사은고객행사를 벌여 1년에 5명의 고객에게 디지털 카메라, 홈시어터, PSP(게임기), 휴대전화 등 파격적 사은품을 증정했다. 찜닭 먹고 휴대전화를 받았다는 입소문은 무섭게 퍼졌고, 호기심에 가게를 찾는 손님이 생겼다.

또 아무 생각 없이 놓고 간 손님들의 명함을 추첨해 할인 쿠폰을 보냈다. 원조 맛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기본이었다. 한 명, 두 명 모은 손님으로 7개월 만에 예전의 매출을 되찾았고 요즘은 평일에도 손님들이 줄을 선다.

그는 “사실 찜닭이 망하면 내놓으려고 다른 메뉴도 개발했었다”며 “빨간찜닭과 해물찜닭은 마지막 비장의 카드였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어려웠던 때를 잊지 않고 초과매출의 30%를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손님보다 직원에게 잘해야 가게가 잘 돌아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2억~3억원대의 어설픈 자본금과 퇴직 직후라는 두 상황이 만나면 창업에 실패할 확률이 99%”라며 “체인점에 등록해 편하게 하려고만 하지 말고 내가 모든 일에 직접 나서서 한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갯벌의 진주’ 임석필 사장
일본 가서 ‘MK 택시’ 서비스 배워

임석필(48) ‘갯벌의 진주’ 사장의 키워드는 파격이다. 쉰이 다 되어가는 나이지만 독특한 경영 마인드로 젊은층에 인기를 끌고 있다. 가락시장에서 해물을 팔던 그는 한때 유행했던 조개구이집들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가 궁금했다. 굳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아이템에 관심을 가진 것은 분명 사라진 조개구이집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재료 관리가 원인입니다. 잘 모르고 시작하면 조개에서 뻘(개흙)이 나오고 냄새가 나거든요.”

임 사장은 조개 연구에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인터넷을 통해 4명의 동업자를 모았고 모든 준비를 끝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맛’ 외에 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는 동업자 한 명을 데리고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일본 MK 택시회사에서 서비스를 배우기 위해서다. 그는 서비스의 일인자로 알려진 유봉식 MK 택시 회장의 말을 녹음해 직원들을 교육할 때 교재로 사용했다. 임 사장의 직원 교육은 철저하다.

“직원들이 출근한 후 30분 동안 표정을 살핍니다. 표정을 보면 출근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어요. 좋은 서비스를 못할 상태라면 일을 쉬라고 합니다.”

10명의 직원들은 주방, 서빙(serving), 재료 관리 업무를 한 달마다 바꿔 맡는다. 훗날 혼자 가게를 열더라도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아야 한다는 임 사장의 생각 때문이다. 직원들은 매일 영업이 끝나면 30분씩 회의를 한다. 이들의 말과 행동은 곧 이벤트로 이어진다.

한 사장은 마술을 배우는 직원에게 등록금을 줘 마술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야한 옷차림의 여자 손님들 때문에 시선 처리가 어렵다는 직원들에게 ‘명품’ 선글라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이 명품 선글라스는 손님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또 그는 직원들에게 일을 시킬 때 말로만 지시하지 않고 ‘자본금’을 준다. 가령 귀신 복장을 하면 어떻겠느냐며 30만원을 바로 현금으로 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곳 직원들은 책임감과 도전 정신이 강해 다른 곳에 스카우트되기도 한다. 임 사장도 LG나 ‘총각네야채가게’ 등 많은 업체로부터 서비스 교육 제의를 받는다.

재료, 직원 관리 외에 손님 관리도 중요하다. 8평 공간에 테이블 열두 개. 임 사장은 서비스 수준을 높여 자리 순환이 잘되게 했다. 빨리 조개를 먹고 일어나도록 껍질을 까주고, 술은 테이블당 2병 이상 팔지 않는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테이블에 제공하는 전복 서비스는 인기 만점이다.

그래도 기다리는 줄이 길어지면 이벤트를 벌여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꾼다. 이벤트가 끝나면 손님들은 더 이상 앉아 있을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다. 손님들이 야속하게 느낄 만도 한데 하나같이 밝은 표정이다. 그만큼 ‘갯벌의 진주’에서 보낸 시간이 즐거웠다는 것.

조개구이는 철을 타는 업종이다. 매출, 재료비도 계절마다 다르다. 임 사장은 “재료비가 비싼 여름이나, 싼 가을이나 손님 앞에는 1년 내내 같은 양을 내놓는다”고 강조했다. 1억3000만원을 들여 개업한 첫날 매출 50만원이 지금은 200만원이 됐다. 물론 월 6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까지 힘든 일도 있었다.

임 사장은 “매일 밖에서 목욕탕 의자를 놓고 기다리는 손님 때문에 주변 상인들이 구청에 신고하기도 했다”며 “주변의 시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숯불 스테이크라는 새로운 업종을 준비 중인 임 사장은 “초심을 잃어버리면 100% 실패한다”며 “손님은 항상 떠날 준비가 돼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또와분식’ 한용희 사장
오락실 개조해 짭짤한 수입 올려

만두파동 났을 때요? 하루에 만두 한 판이 안 나간 날도 많았어요.” 한용희(53) ‘또와분식’ 사장은 생각하기도 싫다는 투로 말했다. 프랜차이즈업체 만두나라 장안점을 맡고 있는 한 사장은 만두파동 때 ‘만두나라’라는 간판을 내렸다. ‘만두’라는 두 글자가 오던 손님도 돌아가게 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 20일을 떠들었으니 손님들이 오겠어요? 돈을 떠나서 정말 사람 마음이 망가집디다.”

천원만두는 적은 자본금으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한 사장도 오락실을 운영하던 중 남는 자리가 아까워 부업으로 천원만두를 팔기 시작했다.

한 사장은 개인 사업을 오래 했다. 오락실을 하기 전에는 비디오대여점을, 그 전에는 속옷을 팔았다. 시골에서 올라와 도매시장에 속옷을 넘기는 일로 시작한 한 사장의 사업은 호프집, 서점 등으로 이어졌고 지금 그는 분식집 사장이다. 한 사장은 “유일하게 오락실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당시 유행하던 아이템을 좇아 사업을 시작한 것이 문제였다.

“오락실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데 덜컥 시작했다가 손해를 봤지요.”

경험자들이 말하는 7대 성공 비결


▶ 실패한 원인 분석하라
▶ 철저한 사전 조사는 필수
▶ 타깃 층을 분명히 하라
▶ 주변의 시기는 감수하라
▶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품질 만들어라
▶ 남에게 맡기지 말고 직접 하라
▶ 손님보다 직원에게 잘하라

주변에서 시키는 대로 하다 보니 운영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결국 한 사장은 천원만두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결단을 내렸다. 충청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만두를 좋아했던 터라 만두에 집중하되 한 가지 아이템으로는 경쟁력이 없으니 오락실을 분식점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한 사장은 “분식점이 만두파동을 막을 무기가 될지 그때는 몰랐다”고 말했다.

항상 청결하고 깔끔한 매장 환경을 유지한 것도 도움이 됐다. 또와분식은 ‘저가 만두는 비위생적일 수 있다’는 편견과 거리가 멀다. 체인점 본사에서 제공한 ‘식약청 안전 검증’ 플래카드를 달자 만두 매니어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요즘은 본사에서 창업 희망자들에게 시식회를 할 때 장안점을 자주 찾는다. 사람들이 만두파동을 잊었는지 만두가 점점 잘 팔린다는 한 사장은 “재래시장이 형성된 곳이라 꾸준히 손님이 든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 예전처럼 직관으로 업종을 선택하면 실패합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해야지요.”

또 그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 나이가 많은 사람이 뛰어들면 성공하기 힘들다고 했다. 결혼을 늦게 해 아들이 막 대학생이 됐다는 그는 이제 업종을 바꾸기 겁난단다. 자본금 600만원으로 시작한 부업이 그의 터전으로 굳어져가는 듯하다.

‘인조이 보드게임방’ 오지애 사장
손님 오래 머물도록 ‘시간과 싸움’

보드게임방에서 맥주를 판다? 낯설다. 오지애(27) ‘인조이 보드게임방’ 사장은 ‘건전한 문화를 선도하는 보드게임방은 술과 담배를 팔아서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새로운 보드게임 문화를 도입했다.
게임업체 넷마블에 다니던 오 사장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한 베테랑 알바생이다. 창업을 꿈꾸던 오 사장은 직원이 가져온 보드게임을 보고 결심을 굳혔다.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른 곳에 스카우트된 것 아니냐고 오해도 받았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 부모님 도움을 받아 9000만원을 마련했다. 체인점에 가입하려면 최소 2억원이 필요한데 돈이 없어 간판, 명함도 넷마블 시절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 모든 것을 직접 하려니 손이 많이 갔지만 오히려 독자 브랜드로 시작한 것이 도움이 됐다.

보드게임방은 오 사장의 손이 닿을 때마다 조금씩 변해갔다. 직장생활을 해 본 오 사장은 성인들에게 술, 담배가 친근하다는 점에 착안해 사업허가를 받을 때부터 주류 판매를 신청했다. 자리도 금연석, 흡연석으로 나눴다. 대학생, 직장인들이 병맥주와 흡연석을 찾아 몰려들었다.

또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을 살려 캔음료만 파는 다른 보드게임방과 달리 커피, 생과일 주스, 아이스크림, 토스트까지 다양한 메뉴를 갖췄다. 보드게임방은 손님이 머무르는 시간과 매출이 비례하기 때문에 손님의 엉덩이를 무겁게 하는 서비스가 필요했던 것이다.

젊은 여사장은 이른 성공에 업계의 곱지 않은 시선도 받았다. 하지만 다른 보드게임방에 새로운 메뉴판을 추천해 주거나 항상 가게를 떠나지 않고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을 보이자 업계에서도 오 사장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오 사장은 반짝 아이디어로 단기간에 성공했다는 오해를 받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창업을 준비해 왔다. 8년 전 카페, PC방 등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고객서비스를 체크하고 아이디어를 메모했다. 어린 시절부터 살아온 서울 신천을 창업지로 삼은 것도 그의 전략이다. 어느 가게에 단골이 많고, 어떤 골목에 사람이 많은지 훤하게 알기에 자리를 잡기 수월했다.

보드게임방 체인점이 무너지고 다른 보드게임방들이 문을 닫을 때 오 사장도 위기를 느꼈다. 그는 “2005년에 매출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확보해 둔 단골 덕에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를 잘 넘긴 요즘은 보드게임방이 많이 없어 오히려 득을 보고 있다.

오 사장은 “창업하려면 내가 모든 것을 직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게임 방법도 잘 알아야 한다. 직원들에게는 손님들이 게임에 대한 궁금증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설명해 주라고 했다. 오 사장 본인도 가벼운 마술을 배워 자투리 시간에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기도 한다.

그는 “재개발 덕에 신천 상권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며 “사주카페와 접목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초등학교에서 ‘보드게임’이라는 과목을 가르치기도 하는 그는 한 달 1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다. 그 가운데 60%는 음료 매출이다.

이코노미스트 최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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