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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만원짜리 마사지 코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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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무엇이든 상상을 초월한다. ‘스파(SPA)‘라는 이름으로 특급 호텔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일대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마사지 서비스 얘기다. 당장 고객부터가 예상 밖이다. 소수의 최상류층 인사들뿐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전문직 여성들과 기업체 고위 임원들이 주요 이용객들이다.

[사진=중앙일보 DB]

재력 있는 전문직 여성들이 마사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야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기업체 남성 임원들이 이 서비스를 찾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여기에도 예상치 못한 속사정이 있었다. 이른바 ‘웰빙 접대’가 성행하고 있어서다. 한 특급 호텔 부설 마사지 서비스 업체의 매니저는 “과거와 같은 유흥업소 접대가 줄어드는 대신, 요즘은 마사지 패키지가 새로운 접대 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한다. 접대를 하려는 쪽에서 마사지 서비스로 데리고 오거나, 마사지 쿠폰을 선물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고가(高價)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가격도 비싸다. 1회당 마사지 서비스 가격은 최저 30만원에서, 최고 1백30만원을 호가한다. 선택하는 코스와 서비스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진다. 최저 가격조차도 일반적인 마사지에 비하면 훨씬 비싼 편이어서, 초고가 마사지 서비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 가운데 접대용 코스로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대략 70만∼80만원대. 4명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이 코스는, 마사지 외에 고급 샴페인을 마시며 가볍게 회의를 하거나 한담을 하는 코스도 포함돼 있다. 순수 마사지에만도 4시간 가량이 걸린다.

그렇다면 최고가 서비스인 130만원짜리 마사지는 과연 어떤 코스로 이뤄져 있을까? 공개를 꺼리는 한 업체를 설득하고, 어렵사리 이용객들의 양해를 구해 가면서, 마사지 전 과정을 둘러봤다.

◇발 마사지-비쉬 샤워-경락 마사지-헤드 스파 순

진주빛 계단을 밟고 업체에 들어서면, 고객은 먼저 차 대접을 받는다. 그동안 아로마 테라피스트(aroma-therapistㆍ향기 치료사)의 조언을 받아가며, 마사지를 받는 동안 맡게 될 향을 직접 고른다. 그 다음은 고객의 피부와 영양 상태를 점검한다. 무려 30가지의 설문 항목을 통해 이뤄진다. 이 곳에는 테라피스트(치료사)가 또 한 명 있다. 마사지 내내 사용될 물을 다루는 아쿠아 테라피스트(aqua-therapist)다. 그와 함께 마사지에 쓸 물을 고른다.

상담이 모두 끝나면, 고객은 마사지실로 향한다. 마사지실로 가려면 수많은 거울로 뒤덮인 미로 같은 복도를 지나야 한다. 고객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내부 구조를 일부러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업체 측 설명이다. 마사지실의 첫 코스는 발 마사지다.

마사지 실에는 샤워실과 온천 욕조는 물론, 개인 금고까지 갖추고 있다. 마사지실의 모든 가구와 소품은 하나하나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과 프랑스의 전문 스파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심지어 구석에 놓여있는 꽃 장식까지 해외의 유명 플로리스트 작품으로, 풍수를 고려해 주문ㆍ제작했다고 한다. 꼭 그래야 할까 싶을 정도로 호사스러웠다.

마사지실에는 고객이 직접 선택해야 할 일이 많다. 방의 조명, 음악, 향기, 심지어 온도까지도 자신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마사지 중간에 전복과 송아지 고기 등 유기농 재료로 만든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샴페인과 다과를 즐길 수도 있다.

20분간의 발마사지가 끝나면 고객들은 비쉬 샤워실로 향한다. 방수 처리된 침대 위에 누워, 다양한 온도와 압력으로 전신 샤워를 한다. 그 후 온몸의 각질을 제거하면서 부드럽게 마사지한 후, 해초로 전신을 둘러 팩을 한다. 독소 배출을 위해 림프를 자극하는 마사지도 병행한다. 비쉬 샤워가 끝난 다음에는 1인용 욕조로 들어가 수소를 이용한 5단계 수압 마사지로 경직된 근육을 이완시킨다.

전신 마사지 다음은 얼굴 차례다. 온천수 스팀으로 세안하고 천연 스크럽 재료를 이용해 얼굴의 각질을 제거한다. 부드럽게 피부의 노폐물을 벗겨낸 후 아로마 오일을 이용한 경락 마사지를 한다. 마사지사들은 대부분 프랑스에서 전문 교육을 받았고, 외국어에도 능숙하다. 외국인 손님을 맞기 위해 초급 수준의 일본어와 러시아어까지 구사한다. 그러나 피곤해하는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거는 법은 없다. 얼굴 마사지가 끝난 후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주름을 개선하는 팩 두 가지와 피부의 윤기를 더해주는 마스크가 추가된다.

마지막 순서가 헤드 스파다. 두피와 모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헤드 스파는 단순한 두발 관리라기보다는 정밀한 치료 절차에 가깝다. 정밀기계로 탈모 상태와 두피의 특성, 모발 관리 정도를 파악한 후 고객의 상태에 맞는 처방을 하고 시술을 한다.

고객은 마지막 코스로 메이크업실로 간다. 여성 고객들은 이 곳에서 화장과 머리 손질을 한다. 대기 중이던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기초부터 색조 화장까지 직접 해준다. 이와 동시에 헤어디자이너가 머리를 손질해준다. 남성이라면 메이크업 대신 피부와 머리 손질에 더 신경을 쓴다. 마사지 업체 측은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바로 외출해 기분 좋게 업무를 볼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 서비스의 목표라고 밝힌다. 이런 최고가의 기분 전환이자 최고급 극한 접대의 모든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무려 7시간에 달한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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