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웰빙] 50대, 당신의 '출구'는 건강하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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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람들은 '출구(出口)'보다 '입구(入口)'에만 관심을 쏟을까.

입안의 청결을 위해 매일 아침.저녁에 이를 닦고,

매년 위내시경 검사를 받지만 항문과 대장의 건강에는 왜 이렇게 무심할까.

우리가 출구 건강에 소홀한 사이 항문.대장 관련 질환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위암 발생률은 완만하게 줄고 있지만 대장암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장기일수록 한번 '심통'을 부리면 뒤집기가 쉽지 않다.

당신의 '출구'는 지금 건강한가?

◆ 급증하는 대장 질환=큰 창자로 부르는 대장은 일종의 하수 종말처리장이다. 음식물 찌꺼기 중에서 수분만을 흡수한 뒤 나머지는 체외로 배설한다. 이 중 항문으로 연결되는 마지막 12~15cm 부위가 직장이다.

최근 대항병원 대장암센터 최성일 과장은 지난 7년 동안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은 환자 4만7백64명을 분석한 자료를 내놨다. 전체 대장질환자 비율은 42%. 이 중 가장 많은 질환은 용종(폴립)으로 36%를 차지했다. 용종이란 대장 내에 돌출된 일종의 혹. 다음으로 많은 질환은 대장암으로 2.8%였으며, 대장염은 2.3%, 기타 만성염증과 궤양성대장염이 0.9%를 차지했다. 한편 환자 증가율은 2001년 33%에서 2002년 38.5%, 지난해엔 42.6%로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장암의 경우 위치에 따라 발생빈도에 차이를 보였다. 암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직장으로 60.9%였으며, S상결장 25.1%, 횡행 및 상행결장 5.3%, 하행결장 3.4% 순이었다. 최과장은 "직장과 S상결장 등 하부대장에 암이 많은 것은 음식 찌꺼기의 체류시간이 긴 것과 관련이 있다"며 "이곳에 암으로 진행하는 용종 분포가 높은 것이 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 가족력 있으면 자주 검사를=대장암은 서구에서 유래한 질환이다. 섬유질 중심의 전통식단이 고지방.고단백으로 바뀌면서 장내에 발암물질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변비가 발암을 부추긴다. 대장점막에 발암물질이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암이 발생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대장암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전통식단으로 돌아가는 것. 적어도 매일 한끼 이상 섬유질이 많은 김치.고구마.다시마.나물 등 식품을 먹고, 스트레스를 관리해 변비를 예방해야 한다.

조기발견도 중요하다. 대장암은 일반적으로는 50세 이상 연령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유전 요인도 있기 때문에 가족 중에 대장암 환자가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2~3년에 한 번씩 대장내시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과거 검사에서 선종성 용종이 발견된 사람도 대장암 위험군에 속하므로 정기 검사가 필요하다. 반면 일반인은 40대 중반부터 3~4년에 한번 받는 것을 권한다.

양병원 양형규 원장은 "용종 중에서 선종(腺種)으로 불리는 것은 서서히 암으로 바뀔 가능성이 95%에 이르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1㎝ 이상 크기의 선종이 대장암이 될 확률은 50%, 진행성 암으로 발전하는 기간은 10년에서 15년 정도다.

◆ 검사.치료 모두 쉬워졌다=암도 위치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우측 대장암일 경우 출혈이 계속 있지만 양이 적어 대변에 피가 섞여 있는 것을 육안으로 쉽게 알 수 없다. 또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암이 어느 정도 진행하면 출혈에 의한 빈혈과 가끔씩 복통이 생긴다. 더 진행되면 암 덩어리가 커져 오른쪽 배에서 딱딱한 혹이 만져지기도 한다. 좌측 대장암은 우측 대장암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직장암은 항문과 가깝기 때문에 비교적 초기에 대변에 피가 묻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피 색깔은 암이 항문에 가깝게 위치할수록 붉어 치질과 혼동하기도 한다.

진단방법도 많이 개선됐다. S상결장경은 항문에서 40㎝까지 관찰하는 것으로 관장 후 바로 보는 장점이 있지만 상부대장은 관찰이 불가능하다. 검사의 통증을 줄여주는 수면 대장내시경 검사도 권할 만하다. 검사 15분 전 안정제를 주사해 수면을 유도한다. CT 대장검사도 등장했다. 내시경을 집어넣지 않고 짧은 시간 내 사진을 찍어 영상을 보는 것으로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용종이 함몰됐거나 0.5㎝ 이하 작은 크기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대장암 수술도 간편해지고 있다. 배를 열고 암조직을 제거하는 외과수술에서 배에 구멍만을 뚫는 복강경 수술로 대체되고 있는 것. 4개 구멍 중 한 곳에는 광원을, 두 곳에는 집게를 넣고, 나머지 구멍으로 수술도구를 집어넣어 작업한다.

장점은 수술부위가 작기 때문에 출혈과 통증이 적고,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는 것. 흉터가 크지 않다는 것도 이점이다. 기존 수술의 경우 입원 기간은 2주이지만 5~7일 정도면 퇴원한다. 한솔병원 김선한 박사는 "외국 논문에 따르면 대장암 3기에서 복강경 수술 뒤 5년 생존율이 84%로 개복수술 48%에 비해 월등히 좋았다"며 "이는 심리적.육체적 손상이 크게 줄어 환자의 질병 저항력이 보존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관 건강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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