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전설의 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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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편이 허락하면 지구촌 어디든 못 갈 곳 없는 세상이다. 알래스카 연어낚시여행 지중해 크루즈는 물론 몇 천만원을 호가하는 ‘남극탐험’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단, 시간과 돈이 문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속살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여행지도 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가 그렇다. 특히 서아프리카는 남다른 인내와 도전을 요구하는 미지의 땅이다.


# 뽀얀 흙먼지 속에서 해맑은 순수를 만나다
“팀북투든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영화 ‘뉴욕의 가을’에서 리처드 기어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위노나 라이더에게 한 말이다. 우리에게 생소한 이 ‘팀북투’는 서아프리카 말리의 전설 속 도시다. 서양에서는 유토피아(이상향)로 대변되는 곳으로 16세기에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과거의 영광을 추억하며 살아가는 사막도시로 남아있다.

휴양호사를 바란다면 서아프리카 여행은 꿈도 꾸지말자. 평생 먹을 양의 모래먼지를 하루에 다 마시고, 차바퀴가 대 여섯번 펑크 나더라도 웃을 수 있다는 결심이 섰다면 가도 좋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라 할만한 팀북투에서는 낙타에 몸을 맡겨 황량한 사막을 그저 돌아볼 뿐이다.

아프리카는 두 얼굴로 길손을 맞이한다. 동아프리카가 초록빛이라면 서아프리카는 황톳빛이다. 동아프리카는 자연환경이 풍요로울 뿐 아니라 여행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지만 사하라 사막을 품고 있는 서아프리카는 척박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여행의 참맛을 아는 사람들은 서아프리카야말로 검은 대륙 여행의 정수라고 말한다. 그것은 아마 끝없는 모래먼지 속에서도 결코 혼탁해지지 않는 ‘순수한 사람들’과의 만남 때문일 것이다.

# 그들의 삶이 내 삶을 비집고 들어오다
뻔한 여행에 싫증난 사람들은 색다른 ‘만남’을 기대한다. 서아프리카 속 부족의 일상이라면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성싶다.
얼마 전 종영된 TV 프로그램 ‘도전지구탐험대’의 PD들이 10여 년간 쌓아온 오지 여행의 노하우를 일반 여행자에게 공개했다. ‘아프리카의 속살 여행’에 더없는 참고서가 될 만하다.
단순한 ‘떠돎’이 아닌 ‘살아보는 여행’을 만드는 노하우의 핵심은 역시 사람이다. 프로그램을 만들며 친분을 쌓아온 부족장과 현지인들이 그들의 자산이다. 일반 여행사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여행 패턴은 현지인들과의 부대낌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행 시작부터 돌아올 때까지 PD들이 직접 인솔하고 안내한다는 점에 믿음이 간다.

사하라 사막의 유목민 투아레그족을 만나고 도곤족의 민가를 체험하는 것은 그야말로 이색적이다. 밤새 여행자의 텐트를 지키는 원시부족에게선 인간의 순수를, 폭포처럼 쏟아질듯한 은하수에선 자연의 순수를 호흡한다. 200m 절벽에 구멍을 뚫고 살았던 도곤족의 반디아가라, 바위절벽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사하라 트레킹도 즐긴다. 도곤족과 함께 하는 마스크 축제까지 경험하고 나면 어느덧 흑과 황, 낯빛의 벽은 허물어진다. 어느덧 그들의 삶이 내 삶의 일부가 된다.
도전지구탐험대’ 작가 최서희 씨는 말한다. “서아프리카는 영원한 불모지가 아닌 신이 감춰 놓은 신비의 땅이다.”

글 프리미엄 이송이 기자 song@joongang.co.kr
사진 제공=투어 도지탐

◆서아프리카 들어가기
에어프랑스나 대한항공을 이용해 프랑스 파리에 도착 후 다카르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17시간 30분 소요)이다. 하지만 남아공항공을 이용하면 좀 더 저렴한 가격의 항공편을 구할 수 있다. 홍콩과 요하네스버그를 경유해 다카르로 들어가면(21시간 30분 소요) 최대 1000달러까지 저렴한 경우도 있다.

◆투어 도지탐 19일
출발일:
2008년 1월 4일 예정
일정: 다카르-바마코-젠네-몹티-팀북투-북사하라-반디아가라
상품가: 590만원
문의: 02-2166-2485 www.dojit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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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열병 예방주사·말라리아 약 필수

◆투어 시기=사막투어는 봄과 가을 시즌이 가장 적당하며 여름도 한여름이 지나면 투어가 가능하다.

◆여행 필수품=한 낮 자외선이 강렬하므로 선블럭 크림과 선글라스를 비롯해 머리와 얼굴을 가릴 수 있는 스카프나 챙이 긴 모자를 꼭 챙긴다. 낮에는 30도를 웃돌다가도 밤이 되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원드점퍼나 긴팔 옷도 필수다. 낙타 사파리를 대비해 침낭도 챙긴다.

◆안전 수칙=사막트레킹은 여행 마니아라 할지라도 전문가 없이는 위험하다. 사막에서 자칫 길을 잃을 수 있기 때문. 전문가를 대동하면 모래 폭풍을 미리 감지한다거나 안전한 지대에 천막을 칠 수 있는 등 다양한 변수에 융통성 있게 대처할 수 있다.

◆건강 챙기기=출국 전에 황열병 예방주사를 꼭 맞아야 한다. 말라리아 약도 필수. 출국 일주일 전부터 귀국 일주일 후까지 복용한다. 현지에서는 수돗물이나 지하수 음용을 삼가고 늘 생수를 넉넉히 준비해 물을 많이 마셔야 일사병에 걸리지 않는다. 지병이 있거나 태양열에 민감한 알레르기 피부환자는 사막투어를 삼가는 것이 좋다.

◆마음가짐=낙타 사파리 중에는 사막 한가운데서 야영을 하게 되므로 샤워는 불가능하다. 태양은 강렬하지만 날씨가 건조해서 끈적거리지 않으므로 견딜만하다. 다만, 사막의 모래 폭풍을 만나면 미세한 모래먼지를 뒤짚어 쓰게 되는데 사막 야영이 길지 않으므로 하루 이틀만 참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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