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수익 구조 다양화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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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기부자는 돈을 낸 만큼 시민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합니다. 그런 돈은 과감히 거절해야죠. 그런 결단을 내리기 위해선 모금 창구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어요.”

2000년부터 5년간 ‘세이브 더 칠드런’‘Mind(영국정신건강자선단체)’ 등의 시민단체에서 모금 담당을 맡으며 3500만 달러(약 320억원)라는 거액의 기부금을 끌어 모은 영국 출신의‘큰손’ 니콜라스 마시(38ㆍ국제앰네스티 모금 디렉터). 그는 거액 기부자를 찾는 것보다, 소액 기부자를 많이 유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야만 시민단체의 기부자에 휘둘리지 않고 설립 취지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이를 위해 그는 DD(Direct Dialogueㆍ대면 회원모집)프로젝트를 고안했다. 거리로 직접 시민들을 찾아나서 기아ㆍ테러 등 공통적인 관심사를 설명하고 회원을 모으는 방법이다. 기업의 거리 판촉과 유사한 전략이다. 처음에는 주위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시민단체 사회에서는 정부 등에서 ‘찾아오는 기부금’만 기다렸던 기존 방식을 탈피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시민단체의 재정 안정을 위해 각종 수익 사업을 벌이는 것도 추천했다.
“영국에서는 생수 판매나 학교 운영 등을 통해 기부금 외에도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수익금이 시민단체의 본래 취지대로만 쓰인다면 안 될 게 뭐 있나요.”

마시는 세계 시민단체들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았다. 기부자 수는 고정돼있는 반면 시민단체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눈에 띄는 모금 전략의 변화 없이는 시민단체도 살아남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마시가 제안하는 모금 전략은 시장 개척, 모금자 데이터 관리, 팀별 집단 목표 설정, 브랜드 가치 제고 등이다. 글로벌 기업의 전략과 다르지 않다. 그는 “어디에서나 좋은 것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비즈니스 영역의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성공사례에 대한 주위의 평가에 대해 마시는 혼자만의 성과가 아니라며 손을 내저었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공통된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가 말한 집단 목표 설정과 달성도 기업에서 쓰는 전략 중 하나인 셈이다.

인터뷰를 끝내며 건넨 “서울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거리에서 경찰들을 매우 많이 볼 수 있는 도시”라고 대답했다. 시위대를 막기 위한 경찰 병력이라고 설명하자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 훌륭한 곳”이라면서도 뼈있는 말을 남겼다.

“시위를 통해 시민단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조직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최선욱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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