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서울을 디자인 도시로 만들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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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서울시가 ‘2010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됐다. 세계 50여 개국 15만 명의 디자이너를 대표하는 민간 전문가 단체인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0일(현지시간) 열린 총회에서 이 같은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ICSID는 디자인을 도시환경재생의 동력으로 삼기 위한 우수한 전략을 제시하는 도시를 2년마다 ‘세계 디자인 수도(World Design Capital)’로 선정하는 제도를 만들고 서울을 2010년 제1회 세계디자인수도로 뽑았다.
 서울시는 공공디자인 개선을 위한 디자인 본부의 신설, 디자인 지원 시설 월드디자인플라자 건설, 디자인 연구 인력에 대한 지원 등 디자인을 중심으로 도시의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을 디자인과 관련해 세계에 널리 알리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디자인을 통한 도시의 발전이란 실천에 있어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우선 디자인 중심이란 것이 자칫 본질적인 것은 외면한 채 포장만 바꾸는 식으로 흐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시디자인의 업그레이드는 단순히 건물 몇 개를 잘 짓고, 간판을 정비하는 정도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도시 전체에 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 제정이나 그를 집행할 수 있는 행정력의 뒷받침, 재정적 지원 등 포괄적 접근이 필요한 일이다. 파리 등 유럽 도시의 경관이 아름답다고 주목받는 것은 건물이나 공공시설물에 대한 철저한 색채와 형태의 통제 및 그에 대한 지원 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 디자인 산업 육성도 디자인 클러스터 건설뿐 아니라 서울시의 산업 구조상 디자인 산업이 차지할 위상은 어떤 것인지,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한 법이나 제도는 무엇인지, 디자인 산업에 대해 민간과 공공은 어떤 협력을 해야 할지 등이 세심하게 연구되고 추진돼야 한다. 또 서울 사대문안 도심의 복원 작업을 비롯해 서울시 전체에 걸친 도시 디자인은 어떤 큰 틀 안에서 이루어질 것인지 마스터플랜도 제시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