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만드는사람들>물속신비캐는 SBS 수중촬영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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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폭염이 전국을 달구던 지난달 중순 SBS-TV 저녁 8시뉴스에서는 설악산 푸른 계곡물이 철렁이는 가운데 열목어가 날렵하게헤엄치는 모습이 소개돼 보는이의 땀을 식혀줬다.
얼음처럼 시원한 화면을 배달한 주인공은 수중촬영 10년경력의김찬모씨(35)등 3명의 SBS수중취재팀.팀장 김씨와 김우경(34).김균종(32)등「3金씨」로 구성된 취재팀은 소용돌이가 매섭게 몰아치는 백담계곡 밑바닥에서 금쪽같은 장 면들을 건져올렸다.한여름에도 섭씨10도를 넘지않는 찬물에 무게 40㎏의 방수카메라를 들고 온종일 자맥질을 반복한 끝에 완성한 3분짜리 화면은 뉴스 둘째코너에 올려져 호평받았다.
『방송3社가 모두 전문 수중취재팀을 두고 있을 만큼 물속장면이 TV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큽니다.10년전엔「물밑」이라면 눈을 번쩍 뜨던 시청자들도 요즘은 웬만한 화면엔 눈길 한번 안줄정도로 수중촬영이 보편화됐죠.이제는 물속 신비를 재미있게 전달할 아이디어 촬영시대입니다.』 3金씨는 재미있고 세련된 화면이아니면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취지로 92년 SBS가 1억원을 들여 조직한 수중취재 전담팀.10여명의 전문촬영인을 보유한 타 방송사에 비해「소수정예」를 자부하며 매년 제주도.부산근해에서 1주일 씩 입수훈련 15차례와 보름씩의 해외출장 10여차례를 거뜬히 해내는 방송국의 「물개」들이다.
이들이 진가를 보인 것은 지난해7월 서해페리호 침몰사건때.초속 3노트의 험한 물살때문에 구출의 명수 UDT대원들도 잠수할엄두를 못내는 바닷물에 뛰어들어 페리호의 잔해와 익사한 승객들의 모습을 생생히 카메라로 잡아낸 것.
2년동안 8편의 프로를 만든 이들은 보람만큼 고통도 크다.촬영에 몰두하다 공기가 바닥나 죽을 고비를 넘긴 일은 다반사고 심해에서 수면으로 나올 때면 압력차 때문에 심장이 터질 위험에시달리는 것이 일과처럼 됐다.『가족이 불안해할까 봐 일 얘기를삼간다』고 밝힐 만큼 직업의 위험도를 잘 알고있는 김찬모씨는『그렇지만 시청자가 필요로 하는한 수중촬영을 계속할 것』이라며「방송쟁이」로서의 다짐을 잊지않는다.
3金씨는 올겨울엔 필리핀~대만~제주도해안을 잇는 본격수중다큐프로를 창사특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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