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대북 경수로 어떻게 지원하나-기술지원 정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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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가 지어질 경우 우리나라는 여러가지 기술을 지원할 수 있다.원자로.발전소의 설계와 제조.시공은 물론 원전을 실제로 가동할 운전요원에 대한 교육훈련과 보수.관리 기술 지원 등이다.
현재 한국형 경수로의 설계.건설.운영.보수 전반에 걸쳐 우리기술의 자립도는 93.3%로 국제수준급이며 영광원전 3호기가 준공될 예정인 내년 3월에는 기술자립도 95%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에 한국형 경수로를 건설하게 되면 그동안 중국.필리핀 등지에 원전기술 수출을 모색해 온 우리나라로선 첫번째 원전기술 수출을 하게 되는 셈이다.
원전은 통상 냉각수를 쉽게 끌어다 쓸 수 있고 원자로나 터빈발전기 등 대형 기자재 수송에 편리한 바닷가 지역에 건설된다.
1基는 보통 1백만㎾급인데 설계비와 부대시설비를 절약하고 운용인력과 장비를 같이 쓰기 위해 하나씩 따로 짓지 않고 한곳에 나란히 짓는다.우리가 한국형 경수로로 채택해 짓고 있는 영광 3,4호기와 울진 3,4호기가 모두 이런 경우다.울진 3,4호기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우선 원자로와 핵연료를 설계하는데 2백명 정도의 전문화된 설계인력이 필요하다.원전은 특히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들 전문인력은 건설기간중 줄곧 현장을 따라 붙어 다니며 돌봐야 한다.
토목공사와 배관.설비공사를 하는데 최고로 많이 들어갈 때 5천명의 인력이 필요하다.원전 건설부지와 골재 등을 공급할 단순인력은 북한에서 대겠지만 이를 감리.감독할 전문인력 5%(2백50명)는 남한에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의 지적이다.물론 토목공사의 경우 북한에서도 고층건물을 짓는등 나름대로의건축기술과 경험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 기능의 보조기기도 북한에서 댈 가능성이 크다.이같이 남한과 미국.일본 등이 참여하는 국제 컨소시엄으로 원전이 건설될 경우 설계.기자재 공급.
건설시공 등 주요 분야를 남한이 맡을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韓.美.日.러시아등 4개국으로 컨소시엄이 구성될 경우 한국은 여전히 설계와 기자재 공급,건설.시공 등 전 분야를 주도하며▲미국이 핵심 기술인력 지원과 일부 재원 부담을▲일본은 영변 원자로 해체와 일부 재원부담▲러시아는 핵연료 농축을각각 맡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발전소 건설이 끝나면 이를 운영할 운전요원과 보수.관리요원이필요한데 줄잡아 1천3백여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남한에선 이들 인력이 고리 원전의 연수원에서 모의조종 설비로 연수를 받는데 북한의 운전요원들이 남한에까지 와서 교육을 받게 될지 관심거리다. 결국 원전 짓는데 필요한 적어도 7~8년동안 적게는 몇백명이 북한에 상주해야 하며 많게는 몇천명이 북한을 오고 가야 한다.또 상당수 설비와 기기가 북한에 들어가야 한다.따라서 자연스럽게 남북교류가 확대되고 남북관계도 개선되는 계기 가 되리란 전망이다.
〈梁在燦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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