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룸살롱 화재 20분새 어이없는 14명 참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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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불과 20분여동안의「눈깜짝」화재에 손님.종업원등 14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는 어이없는 참사가 났다.
17일 오후11시30분쯤 서울중구주교동144의4 협정빌딩4층파레스 룸살롱(주인 都요섭.47)에 불이 나 남자손님 10명과여종업원 4명등 14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화재당시 룸살롱에는 4층의 4개룸에 남자손님 14명과 남녀종업원 20여명등 모두 30여명이 있었으나 나머지 사람들은 불이나자 급히 비상계단등을 통해 대피했다.
◇발화=불은 출입구 맞은편에 있는 2015호에서 발생해 5분여만에 순식간에 옆방등으로 옮겨붙었다.
손님 金석호씨(28.상인)는『친구 3명과 술을 마시다 갑자기불이 나가더니「불이야」라는 소리가 들려 급히 밖으로 나와 연기가 나는 반대쪽으로 더듬어 가며 비상계단을 통해 빠져나왔으나 함께 있었던 친구들은 미처 나오지 못해 숨졌다』 고 말했다.
불이 난 룸살롱은 91년에 5층건물중 3,4층을 세내어 3층7개.4층 15개등 모두 22개의 룸을 갖추고 개업한 대형 업소로 평소 동대문시장 주변 상인과 회사원들이 자주 출입하던 곳이다. ◇진화=불이 나자 지배인 林殷基씨(40)등 종업원들이 휴대용 소화기4대로 불을 끄다가 실패하자 전원을 차단하고 소방서에 신고했다.
신고직후 29대의 소방차가 출동해 진화에 나섰으나 순식간에 불길이 번지고 내부복도가 폭 1.5m의 ㄷ字형으로 좁은데다 룸살롱내부의 카펫등에서 나오는 유독가스가 심해 인명구조를 제대로하지못했다.
사망자들은 13명이 숨진채로 발견됐으며 1명은 병원으로 이송도중 숨졌다.시체는 순천향병원.세란병원등 5개병원에 분산 안치됐다. ◇경찰수사=경찰은 일단 2015호에서 누전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서울 경찰청 화재감식반과 한국전기기사협회 조사반을 동원,정확한 화인을 조사중이다.
경찰은『화재가 처음 난 2015호실에서 불이 나기 5분전쯤에남자손님 3명이 종업원들과 심하게 다투고 나간뒤 갑자기 불이 났다』는 종업원의 진술에 따라 손님들이 버린 담배꽁초등에 의한실화나 방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사망자명단=▲鄭鍾培(27.충남서산군서산면온성리)▲김광섭(36.서울관악구봉천동)▲정회산(나이미상.모회사 안전감독관)▲최규섭(38.서울송파구거여동)▲남경현(27.회사원.서울양천구신월4동)▲金容大(26.서울도봉구방학동)▲金才媛(31. 여종업원.서울동대문구제기동)▲김문호(27.서울성동구중곡동)▲원혜영(33.
여종업원.서울성동구행당1동)▲장태욱(34.여종업원.서울영등포구신길동)▲손영춘(31.인천시북구삼전동)▲이국창(28.서울동대문구전농동)▲서태석(25.수원시권선구고준 동)▲金燕淑(30.여종업원.서울동대문구휘경동) 〈洪炳基.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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