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진원지 되나 … 신 차이나 리스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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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달리는 코끼리다. 쉽게 멈추기 힘들다. 갑자기 멈추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21일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사장의 말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믿음이 팽배한 시장 분위기와 대조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버블(거품)의 정의를 알고 싶다면 중국 증시를 보라"고 경고했다. 이에 아랑곳없이 중국 경제가 적어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까지는 괜찮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퍼져 있다. 그러나 세계 경제 주요 '심장' 중 하나인 중국이 그 박동 속도를 늦춘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위험 커진 중국 투자='차이나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당장 발등의 불은 국내 투자자에게 떨어진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중국펀드 수탁액은 전체 해외펀드의 40%에 육박한다. 지난해 말 3조3478억원에 불과했으나 15일 현재 13조7754억원으로 4배 이상으로 불었다. 최근 주식형펀드로 들어오는 돈의 절반이 중국펀드로 넘어가면서 자산운용협회는 15일부터 아예 지역별 펀드 수탁액 공개를 중단했다. 펀드 유입액 공개가 오히려 중국펀드 쏠림 현상을 가속화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쏠림 현상은 수익률 때문이다. 1년 수익률이 100%에 육박하는 펀드가 속출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상하이지수는 연초보다 130%가량 치솟았다. 하지만 상하이지수의 주당이익비율(PER)은 지난해 말 33.21배에서 올해 9월 말 현재 56.09배까지 높아졌다. 우리 증시의 PER은 13배 안팎이다. 중국 정부도 더 이상 증시과열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증시도 차이나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19일 국내 증시는 2% 가까이 하락했다. 그동안 각광받은 중국 수혜주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중공업이 2% 이상 떨어졌다. 중국발 물동량 급증에 급등해온 운수창고업은 4% 이상 급락했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경우 중국이 긴축의 고삐를 당길 수밖에 없고 국내 증시도 후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 기업들에도 '빨간 불'=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년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중국 경제의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 올림픽(1988년)과 도쿄 올림픽(64년) 개최 전후의 한국.일본 경제성장률을 봤을 때 중국 경제성장률도 현재의 11%대에서 올림픽 이후에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완 경제연구본부장은 "중국 자본시장의 거품이 꺼지면 내수 침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긴축정책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장기적으로 내수 침체, 인플레이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중국 특수를 누려온 한국 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중국의 내수 침체와 중국 당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설 자리가 줄게 된다. 한 본부장은 "인도.말레이시아.브라질.러시아 같은 신흥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해 중국의 수요 급감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임미진 기자

◆차이나 리스크(중국발 경제 위험)=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뛰어들 때 맞닥뜨리는 위험을 일컫는 말로 쓰였으나 지금은 중국 경제 정책이 몰고 올 수 있는 파장을 포괄한다. 특히 중국 정부가 과도한 경제성장 억제 정책을 펼 경우 글로벌 증시와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할 때 자주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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